열정적인 직장인 비율 32%…7년 만에 가장 낮아
MZ세대, 소속감 사라진 근무환경에 소외감 느껴
“성장 느낌 얻기 힘들어”
중국도 드러누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탕핑족’ 유행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8일 미국에서 최근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이 늘어나는 배경에는 재택근무 확산으로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희미해진 것이 있다고 분석했다.
갤럽이 6일 공표한 새 조사에서 미국 근로자의 무려 절반이 ‘조용한 퇴직자’로 분류됐다. 6월 약 1만5000명의 미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높고 일에도 열정적인 직장인 비율은 32%로, 1년 전의 34%에서 2%포인트 떨어진 것은 물론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회사에 불만을 강하게 가진 사람은 18%로 전년보다 2%포인트 높았다. 이런 층은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 등에서 일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출한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갤럽은 상대적으로 열의도 불만도 부족한 냉담한 의식을 지닌 나머지를 ‘조용한 퇴직자’로 간주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새 현상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Z세대와 35세 이하의 젊은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 사이에서 소속감 저하가 눈에 띄었다. 열정적인 직원 비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전인 2019년에 비해 6%포인트나 낮아졌다. 이는 전체 하락폭 3%포인트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사내에서 누군가 자신을 걱정해 준다” “성장 기회가 있다”는 응답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짐 하터 갤럽 수석 근무환경 과학자는 “완전 재택근무와 재택과 출근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서 젊은 직원들은 자신이 성장할 수 있다는 느낌을 얻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새 경향이 작년 후반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상사가 자신을 소중히 다룬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성장 기회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젊은 직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종업원과 고용주 간의 단절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희미해지면 퇴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 갤럽은 관리직들에 “팀 멤버와 주 1회 15~30분 정도의 의미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며 “직원 측도 회사에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지 이해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제안했다.
영국 BBC방송은 최근 한 미국 틱톡 사용자가 “일은 당신의 인생이 아니다”라는 동영상을 게시한 후 ‘조용한 퇴직’이라는 용어가 널리 퍼졌다며 놀랍게도 전반적인 움직임이 중국에서 시작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드러누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탕핑족’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탕핑족은 ‘주 6일,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근무’라는 뜻의 ‘996’으로 대표되는 혹독한 기업문화와 이렇게 열심히 일을 해도 집을 살 수 없는 젊은이들의 좌절에서 비롯됐다.
조용한 퇴직의 이면에도 코로나19 시대 추가 근무 등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제대로 된 인정과 보상을 받지 못해 지친 젊은이들이 ‘일과 삶의 균형’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된 현상이 있다고 BBC는 풀이했다.
조용한 퇴직을 반대하거나 혐오하는 의견도 많다. 허핑턴포스트의 설립자인 애리애나 허핑턴은 링크트인에 올린 게시물에서 “조용한 퇴직은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삶을 포기하는 단계”라며 “삶이 일로 정의되어서는 안 되지만, 일은 우리에게 의미와 목적을 줄 수 있다. 풍요로운 삶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용한 퇴직보다 ‘즐거운 합류’를 해보는 것은 어떤가”라며 “당신에게 영감을 주고 집중하게 하며 기쁨을 주는 직업을 찾는 것은 어떤가. 조용한 퇴직에 안주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회사를 다니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없이 필요한 최저한도의 업무만 하고 소속감도 약한 직장인들의 근무태도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