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대로라면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가 되찾은 지역은 서울 면적(605㎢)의 약 10배에 해당합니다. 앞서 11일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이달 탈환한 영토 면적이 3000㎢라고 밝혔었는데요. 하루 사이에 발표 규모가 두 배로 불어난 겁니다.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24시간 동안 20곳이 넘는 마을을 해방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이 거세지자 러시아군은 황급히 하르키우를 떠나고 있습니다. 러시아 행정당국은 현지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는데요. 로이터통신은 이 지역을 떠나려는 주민들로 극심한 차량 전체가 빚어졌다는 현지 목격자들의 증언을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관계자는 AP통신에 “러시아군이 상황이 절망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10일 러시아 국방부는 “(하르키우주) 바라클리아와 이지움에 배치된 부대를 동부 도네츠크 지역으로 옮겨 병력을 재편성할 것”이라며 사실상 철수를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의 대공세가 전쟁의 전환점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그동안 양국이 공방전을 벌여왔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은 드물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다만 러시아군도 조용히 물러난 건 아닙니다. 퇴각하면서 하르키우의 화력발전소에 보복 공격을 가했습니다. 발전소가 불길에 휩싸이면서 하르키우와 도네츠크주 전역은 한때 전력 공급이 끊기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발전소 직원도 한 명 사망했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민간인을 겨냥한 의도적인 미사일 공격”이라며 맹비난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 이번 전쟁의 최대 지지층인 푸틴 충성파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이며, 러시아 내부에선 전쟁 실패를 지적하는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세 변화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러시아 측은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습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포기하지 않았다”며 “협상은 오래 끌수록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러시아가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고 가던 7월 라브로프 장관은 정전 협상은 무의미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러시아가 돌연 협상 재개 의사를 내비친 것은 러시아의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 아니냐는 해석이 일각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종전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200일 동안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사상자는 1만4000여 명이 넘었습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5767명, 부상자는 8292명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공식 확인된 사례를 집계한 것으로 실제 민간인 사상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잔인한 전쟁이 끝을 맺을 수 있을까요.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에 국제 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