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기업들이 고금리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추진(노란봉투법) 등 이중고에 내몰려 신음하고 있다.
19일 본지 취재 결과, 현재 기업들은 급격한 금리 인상에 대출 이자 부담이 늘어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불법 파업 행위로 인한 손해 배상청구를 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 입법 추진으로 재산권을 침해받을 여지가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20일~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지난 6월, 7월에 이어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밟아 기준금리를 연 3%~3.25%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한국은행 기준금리(2.5%)를 크게 웃돌게 돼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금리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것이고, 우리나라가 칼자루를 쥔 게 아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결정에 우리나라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미국으로선 고용과 가계부채가 적어 지표상 여건이 되는 까닭에 인플레이션 파이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우리는 기업 경영 활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어떠한 형태로든 경제 활성화를 해야 한다”며 “능력 바깥 범위에서 차입한 게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고금리의 직격탄으로 한계기업의 도미노 붕괴를 우려하며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OECD 국가 한계기업 비중 분석(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한계기업 비중은 18.5%로 OECD 소속 25개국 평균(15.2%)보다 3.3%포인트 높았다. 대한상의가 2일∼8일 국내 제조기업 307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기업이 61.2%에 달했다. 보통이라는 응답 비율은 26.1%, 어려움이 없다는 비율은 12.7%였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위기, 고금리 위기가 계속돼 정부가 가만히 있을 수 없으니까 지원해준다”며 “한계기업 상태의 기업이 연명하면서 늘어나는 추세인데, 너무 지원에만 집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빈 교수는 “경제, 시장 구조가 건전해지려면 기업의 진입, 퇴출이 원활하게 균형이 맞아야 되는데 나갈 기업이 못 나간 게 3~4년이 된다. 좀비 사태의 기업을 늘리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말했다. 이어 “2000조 원의 기업 대출이 있는데, 금리가 1%만 올라도 20조 원의 이자부담률이 크게 늘어난다”며 “정부가 도와주는 건 좋은데 구조조정을 전제로 도와줘야 된다. 시장의 경쟁 구조가 원활하게 돌아야 경제가 다이나믹하게 성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도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선제 통화정책이 불가피하지만, 그 결과가 기업의 부담이 되고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지는 딜레마 상황”이라며 “건실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고비용 경제 상황 극복을 위한 지원방안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은 또 국회에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으로 인한 파장이 크다며 문제 조항을 지적하고 나섰다. 사용자의 재산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근로자의 업무까지 방해한다는 것이 골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균형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해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 등 고용노동부에 과제를 제시했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직장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 제도 개선 △비종사근로자 사업장 출입 시 관련 규칙 준수 △단체협약 유효기간 실효성 확대 △쟁의행위 투표절차 개선 △위법한 단체협약에 대한 행정관청의 시정명령 효력 강화 등 총 7가지 과제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우리나라는 노조의 쟁의행위 권리는 충분히 보장하고 있으나,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사용자의 방어권은 미흡한 편”이라며 “노사갈등으로 인한 산업피해를 최소화하고,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노조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