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올해 대규모 적자를 해소하려면 가구당 전기요금을 8만 원 이상 올려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kWh(킬로와트시)당 260원 이상 올려야 하는 수준으로, 현재 전기요금 중 분기마다 조정되는 연료비 조정요금의 경우 최대 인상폭이 5원에 불과하다.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한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내달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261원 올려야 한다고 보고했다. 올해 최대 35조4천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한 하나증권 리포트에 기반해 산출된 수치로, 4분기 전력판매량은 13만5876GWh(기가와트시)로 추정했다.
월평균 전력사용량(307kWh)을 사용하는 4인 가구를 기준 매달 8만 원 이상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9월 전기요금이 10만원 나온 4인 가구라면 오는 10~12월에는 월 18만원씩을 내야 한전이 올해 적자를 면한다는 이야기다.
다만 하나증권의 한전 실적 전망치는 증권사 중 가장 부정적이어서 전기요금이 인상되더라도 그 폭은 이 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하는 한전의 연간 영업손실 규모는 평균 28조8423억 원이다. 한전 실적 전망치를 낸 증권사 10곳 중 메리츠증권이 25조4천629억원으로 가장 적고 하나증권이 35조4천309억원으로 가장 많다. 한전이 전력을 사들이는 도매가격(SMP)이 급등하고 있지만 판매 가격이 그만큼 인상되지 않으면서 많이 팔수록 적자가 더 커지고 있다. 이달 1~20일(육지 기준) SMP는 kWh당 227.48원이다. 역대 최고치인 올해 4월 수치(201.58원)보다 높은 상황이다.
한전은 당초 이날 발표하려 했었던 4분기 전기요금 인상 발표를 잠정 연기했다. 전날(20일) 한전은 “산업부로부터 4분기 전기요금과 관련해 관계부처 협의 등이 진행 중”이라며 “추후 그 결과를 회신 받은 후 확정하도록 의견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정부 부처들은 전기료 인상 폭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통상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나뉜다. 분기마다 연료비 조정요금을 조정되는데 현재 조정요금 인상 폭을 논의하고 있다.한전이 4분기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50원 올려야 하지만 현재 조정폭은 ±5원으로 제한돼 있어 제도를 고쳐 상·하한폭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관건은 물가다. 물가 고공행진으로 정부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지난 달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18.2%, 18.4%로 전체 평균(5.7%)의 3배 이상이었다. 김회재 의원은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안정 때까지는 최소화하고 취약계층 지원 대폭 확대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