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혹한기에 기업공개(IPO) 시장도 얼어붙은 가운데 다음 주에는 5개 기업이 연이어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IPO 슈퍼위크'가 펼쳐진다. IPO 슈퍼위크가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인다. 결과에 따라 상장 문턱을 막 넘은 케이뱅크, 컬리 등 대어(大漁)급 기업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다음 주에만 5개 기업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이 예정돼 있다. 수요예측 일정이 한 주에 몰리는 이른바 ‘IPO 슈퍼위크’인 셈이다. 27~28일에는 오에스피와 탑머티리얼, 28~29일에는 에스비비테크, 29일과 30일에는 샤페론과 뉴로메카가 수요예측에 나선다.
그러나 흥행도, 상장 이후 주가도 모두 안갯속에 휩싸인 상태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등 증시를 덮친 불확실성에 공모주 투자심리 역시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들도 엇갈린 투심에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전날 알피바이오는 이틀(20~21일)에 걸친 공모주 일반 청약을 마감했다. 그 결과 최종 경쟁률 1518.2대 1을 기록, 2조9605억 원의 증거금을 모으며 흥행을 거뒀다. 앞서 기관 수요예측에서도 경쟁률 1556대 1을 기록해 희망 공모가 범위(1만~1만 3천 원) 최상단에서 공모가를 확정하며 흥행을 예고한 바 있다.
같은 날 일반 청약을 마친 더블유씨피(WCP)는 최종 경쟁률 7.25대 1에 그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도 33.3대 1로 저조했다. 당시 희망 공모가 범위(8만~10만 원)보다 낮은 6만 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하고, 공모 물량도 900만 주에서 720만 주로 줄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흥행을 거뒀다고 해서, 혹은 참패했다고 해서 상장 이후에도 주가가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는 건 아니다.
올해 첫 '따상'(공모가 2배에서 시초가 형성 뒤 상한가) 기업이었던 케이옥션은 이날 수정 공모가 6669원보다 9.88% 낮은 6010원에 거래를 마쳤다. 또 다른 따상 기업 포바이포도 공모가보다 11.47% 떨어졌다.
이지트로닉스, 브이씨, 루닛, 에이프릴바이오, 에이치와이티씨 등도 상장 당일 종가가 공모가보다 높았지만, 현재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반면 대명에너지는 상장 당일 종가가 공모가에 미치지 못해 흥행에 실패했지만, 이날 종가는 26050원으로 공모가(1만5000원)보다 73.67%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첫 슈퍼위크를 앞둔 시장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일반적으로 기관 수요예측이 한꺼번에 몰리면 투자자들의 관심이 분산돼 경쟁률과 확정 공모가가 낮아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에도 5개 이상의 기업이 한 주에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경우가 다섯 차례 있었지만, 공모주 열풍을 타고 모든 기업이 희망 공모가 상단이나 초과 수준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상장 당일 따상을 기록한 사례도 빈번했다.
다만 이번에 수요예측을 진행하는 기업들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일정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5개 기업(△오에스피 △탑머티리얼 △에스비비테크 △샤페론 △뉴로메카)의 합산 시가총액은 약 6549억~7852억 원으로, 중형기업 1개 수준이다. 즉 슈퍼위크라는 일정보다는 개별 기업의 경쟁력이 결과를 가를 것이란 얘기다.
이번 슈퍼위크를 지나면 상장 문턱을 막 넘은 대어들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자금 확보가 시급한 기업들은 쏘카나 더블유씨피처럼 몸값을 낮춰 상장을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일주일간 4개 기업이 수요예측을 진행했던 2월과 7월에는 희망 공모가 하단 또는 그 미만에서 공모가가 확정됐다"며 "그러나 단기간 집중된 일정 때문이라기보다는 올해 전반적인 증시 조정과 지난해를 고점으로 IPO 시장의 연착륙 분위기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