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ㆍ민간 통계 모두 아파트 매수심리 최저수준…고금리·집값 거품 논란 '이중고'
아파트 시장을 향한 수요자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아파트 매수심리는 최근 미국발 금리 인상과 몇 달째 계속되는 집값 하락으로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구요. 매물이 쌓이고 거래가 끊기면서 서울 내 아파트값은 신고가 대비 수억 원 하락 사례는 예사입니다. 금리 상승에 주택 가격 거품 논란, 코로나19 불황에 대출 여력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바닥없는 집값 하락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3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5.9로 일주일 전 86.5보다 하락했습니다. 이 지수는 아파트 수급 동향을 나타내는 지수로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더 많음을 뜻하는데요. 지수대로라면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가격이 떨어질 수 밖에 없겠죠?
이를 나타내는 수치인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5월16일 94.1을 기록한 뒤 18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도권과 서울은 이번 주 전국 평균보다 더 낮은 82.3과 79.5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처럼 최근 부동산 시장은 미국발 금리 인상과 집값 내림세 심화로 수요자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우려가 커지면서 매수심리가 얼어붙은 탓입니다.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시장은 더 얼어붙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매수세가 끊기면서 팔려고 내놓은 집들은 계속 쌓여만 가고 있습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반년 전(3월 23일)보다 아파트 매물 건수가 줄어든 곳은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이 기간 매물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광주로 약 50% 늘어난 1만299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인천은 23.5% 증가한 2만7082건, 경기와 서울은 각각 21.7%와 18.8% 늘어난 12만1515건과 6만806건으로 나타났구요.
민간 통계 기준인 KB부동산을 보면 아파트 매수심리는 더 차갑습니다. 전날 KB부동산이 발표한 주간 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23.2로 지난주 24.9보다 더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는데요. 인천은 11.8, 경기는 16.7, 부산은 15.1로 모두 내림세를 이어갔습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크면 매수자가, 적으면 매도자가 많음을 뜻합니다.
최근 몇년 사이 전국 집값이 껑충 뛰면서 최근 시세가 과한 '거품'이라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주택 매수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할 악재중의 하나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최근 5년간(2018년 7월∼지난 7월) 주택가격이 연평균 4.6% 이상 상승하면서 가격 거품이 과하다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한경연은 이날 '주택가격 거품 여부 논란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런 우려를 전달했습니다. 전국 200여 개 아파트단지의 적정가격과 실제 가격을 비교한 결과 수도권 주택의 가격거품이 평균 35% 수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서울은 현재 시세의 38% 이상, 경기는 58% 이상, 지방은 19% 이상이 각각 과대평가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주택가격 거품이 40%에 근접한 것은 지나친 수준"이라면서 "버블현상이 발생한 것은 핀셋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 등 주택정책의 실패로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미국발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만큼 고금리 기조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그만큼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사람은 더욱 줄어들 전망입니다. 오히려 대출을 많이 내서 구입한 집들의 경우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서 팔아야 하는 집들이 나올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 범위는 최고 6.6%로 집계됐습니다. 한국은행 금리 인상이 조만간 단행되면 주담대 금리는 8%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실수요자의 대출 여력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실수요자의 매수 행렬이 뚝 끊기면서 서울 내 주요 단지 실거래가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2단지 전용면적 66㎡형은 지난 15일 5억9800만 원에 팔렸습니다. 같은 평형은 지난해 5월 8억4000만 원에 신고가 거래됐습니다. 이번 거래는 신고가와 비교하면 1년4개월 만에 2억4200만 원 하락한 것이죠. 이는 2020년 6월 실거래가(5억9900만 원)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또 양천구 목동 삼익아파트 역시 지난 22일 전용 84㎡형 기준 12억 원에 거래됐습니다. 지난해 8월 같은 평형 신고가 13억7500만 원과 비교하면 1억7500만 원 하락한 셈입니다.
이래저래 소비자들의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빚을 내 집을 산 소비자는 집값 하락과 이자 걱정을 할 수 밖에 없고, 잡을 사려는 소비자 역시 추가 집값 하락 걱정은 물론이고 대출 여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으니까요.
하루 빨리 물가가 잡혀 모두가 힘든 상황이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