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13년 6개월 만에 1400원을 넘어섰다. 역대급 고환율로 코스피는 2200선이 무너지면서 증시 빙하기에 직면한 상태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채권이나 예·적금 등 안정적인 자산운용이 선호된다. 그러나 빙하기에도 살아남는 생명이 있듯이 고환율 기조에도 강한 모습을 보이는 주식 종목들이 있다. 고환율 시기 주식시장에서 오히려 기회를 잡을 수도 있는 셈이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경기가 선진국 중 비교적 견조하고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도 가장 빠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러 강세 기조를 쉽게 바꾸기 어렵다”며 “원·달러 환율이 높은 상황을 감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원·달러 환율에 비해 크지 않다”며 “과도한 외국인 주식 자금 이탈을 피할 수 있다면 현재 환율 상황을 이익률 개선 효과로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노 연구원은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은 환율 상승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업종이나 종목은 환율 상승에 따라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환율 효과는 해당 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수출과 수입 비중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9년 발표된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가장 높은 마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산업은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라며 “해당 부문 하위 산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TV 등”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자동차 △자동차 부품 △조선 등 운송장비 업종과 △기계 △로봇 등 기계 및 장비 업종, △기초화학 △합성수지 △화장품 등 화학 산업도 마진 개선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노 연구원은 “환율 상승의 긍정적 효과는 대체로 마진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매출액 전망치가 감소하는 산업이면 환율 상승에 따른 마진 개선 효과를 누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IT하드웨어 △IT가전 △자동차 △조선 △화학 전반이 매출액 전망치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환율 상승의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환율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방어주를 선택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급등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지 않은 방어주를 선택할 수도 있다”며 “수급과 실적 변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음식료가 눈에 들어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음식료 외에도 △에너지 △방산 △유통 업종이 대표적인 방어주로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도 방법이다.
김 연구원은 “증시 수급 환경에서 큰 흐름을 만드는 외국인과 역행하는 관계를 형성해서는 안 된다”며 “우선 환율 상승에 따른 외국인 순매도 여파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된 업종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며 “외국인 계속 파는 소프트웨어를 보는 것은 시기상 맞지 않는다. 오히려 가전이나 자동차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