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소상공인 정책 방향…내년도 예산 844억 투입
모종린 “정부 주도 상권 0곳…문화시설·환경 조성해야”
조주현 “소상공인에 기업가·장인 정신, 창의성 결합”
“소상공인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어려웠던 것 같고 이후에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구조적인 어려움을 겪는 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입니다. 그런 고민을 담아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차관이 올해 시범사업으로 도입한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앞서 중기부는 8월 윤설열 정부의 소상공인ㆍ자영업 정책방향 발표를 통해 기업가형 소상공인을 육성하고, 민간 협업을 통한 행복한 지역(로컬)상권을 조성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밝힌 바 있다. 내년도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과 지역상권 활성화 예산은 총 844억 원이 투입된다.
중기부는 23일 서울 서대문구 카페 ‘연남장’에서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정책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에는 기업가정신ㆍ시장경쟁력을 갖춘 소상공인 육성 및 골목상권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토교통부ㆍ행정안전부 관련 부처, 전문가, 업계 관계자들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중기부가 이번 포럼 장소로 연희동을 선정한 배경에는 민간이 독자적으로 골목 상권을 브랜딩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포럼 개최 장소인 연남장도 동네와 소통하는 연결의 ‘장’을 지향하며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옛날 유리 공장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진 곳이다. 오래된 공장 지대가 정부 지원 없이 성공적인 상권으로 부상한 배경이 새 정부의 소상공인 전략과 맞아떨어진 셈이다.
포럼 1부에서 골목길 경제학자로 유명한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소상공인 경제의 미래’라는 주제의 기조강연을 했다. 모 교수는 소상공인을 ‘생계형’, ‘시혜대상’, ‘과잉공급’의 대상에서 ‘온라인 셀러’, ‘로컬크리에이터’, ‘콘텐츠 크리에이터’라는 3대축으로 구성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모종린 교수는 “전국의 골목상권을 찾아보면 200곳이 있지만 정부가 조성한 곳 한군데도 없다”며 “이번 정부의 방향대로 정부가 나서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 교수는 “장사하기 좋은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 특색을 살릴 수 있는 문화시설을 넣고 특색 있는 상권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포럼 2부에서는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우정사업본부 등 부처에서 체류형 로컬창업을 위한 직주락(職住樂) 공간 구축,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도시재생 계획 등 육성계획을 소개했다. 중기부는 성장단계별 육성 지원, 동네펀딩 및 매칭융자 등 투자모델, 읍면동 단위의 로컬브랜드 구축 계획 등을 발표했다. 중기부는 현 생계형 창업자를 정부가 직접 지원하고 현상유지 및 보호하는 체계를 성장하는 혁신기업가로 지정하고 민간이 나서서 인프라 구축해 양성하겠다는 방침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3부 토론에서는 윤주선 충남대 교수를 좌장으로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 감자빵으로 유명한 이미소 대표 등이 참여해 지역에서 새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크리에이터의 중요성과 정부가 이들을 발굴 및 육성해야 하는 필요성 등 많은 의견이 나왔다. 포럼에 참여한 윤현석 컬쳐네트워크 대표는 “소상공인을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바라보고, 국민의 삶을 바꾸는 라이프스타일 혁신 기업으로 육성하려는 정부의 새 정책이 놀랍다”고 말했다.
조주현 중기부 차관은 “소상공인에 기업가 정신과 장인 정신 그리고 창의성을 결합시킨다면, 고부가 서비스 기업 또는 창조적 신(新) 제조기업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관계부처, 업계‧연구계‧학계와 분야별 세부실행 방안을 마련해 단계적으로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