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마력,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 405km
폭스바겐이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차 ID.4를 국내에 출시하고 국내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ID.4는 폭스바겐이 글로벌 시장에서 올해 1분기 판매한 전기차 5만3400여 대 중 3만300대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인기를 끄는 모델이다. 국내 출시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공격적인 가격을 책정하며 공세에 나선 만큼 전기차 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가는 모델이다.
폭스바겐이 국내에 출시한 첫 전기차인 ID.4를 22일 직접 시승했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전형적인 컴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속하는 전기차 같은 인상이다. 전면부의 헤드램프, 후면부의 테일램프가 차체를 직선으로 가로지르고 있지만 그 외에는 비교적 부드러운 곡선 형태의 디자인으로 제작됐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ID.4의 디자이너가 “바람이 빚은 듯한 형상을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는다. 곡선 중심의 디자인이지만 보닛 좌우를 부드럽게 깎아놓는 등 날렵한 인상이 느껴지기도 했다. 차체에 비해 크게 느껴지는 20인치 타이어는 SUV 특유의 강인한 이미지를 만드는 듯했다.
ID.4의 크기는 전장 4585mm, 전폭 1850mm, 전고 1620mm다. 컴팩트 SUV의 크기를 가졌지만 오버행이 짧고, 휠베이스가 2765mm로 긴 편이다.
이를 바탕으로 비교적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1열은 물론 2열까지도 키 175인 기자가 앉기에 부족하지 않은 공간을 자랑했다. 1열에 비해 2열 좌석이 조금 높은 느낌으로 키가 더 컸다면 조금 작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렁크 용량은 543L, 2열 폴딩 시 1575L까지 늘어난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인터페이스가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ID.4에는 계기판 대신 5.3이니의 ID.콕핏이 탑재됐는데, 일반적인 계기판 또는 파노라마 디스플레이에 익숙한 운전자들에게는 작게 느껴질 듯했다. 최근 익숙해진 사양인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없다는 것도 다소 아쉬웠다.
센터페시아에는 12인치에 달하는 디스플레이가 있어 시원한 느낌이었다. 이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물리버튼을 대신해 차량을 컨트롤 할 수 있었는데, 물리버튼을 선호한다면 적응에 시간이 걸릴 수 있겠다. 디스플레이 하단에도 물리 버튼이 아닌 터치식 버튼이 적용됐다. 운전석과 동승자석 시트에 적용된 접이식 암레스트는 편리했다.
또한 앞문을 열었을 때 탑승이 편하도록 1열 좌석이 조금씩 뒤로 밀리는 기능도 실용적이었다. 대시보드가 낮아 운전 시 시야 확보에도 유리해 보였다.
이날 주행은 가평 인근에서 출발해 서울 광진구 비스타 워커힐로 돌아오는 약 67km 코스였다. 코너링이 잦은 산길과 속력을 낼 수 있는 구간, 시내가 모두 포함돼 다양한 주행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ID.4의 최고출력은 204마력, 최대토크는 31.6kg·m이며 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데는 8.5초가 걸린다. 배터리는 82kWh의 고전압 배터리가 탑재됐으며, 1회 충전 시 405km(복합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급속 충전 시 5%에서 80%까지 36분이 소요된다.
실제 승차감은 안정적이었다. 코너링, 가속, 제동 등의 상황에서 과하다는 느낌보다는 기존 내연기관차 운전자도 크게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주행감을 선보였다. 특히 풍절음, 노면 소음 등을 잡아내며 정숙성 측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적용된 두 가지 주행모드 D(드라이브), B(브레이크) 모드는 회생제동 강도의 차이를 보였다. D 모드에서는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도 내연기관차와 유사한 느낌으로 속도가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B 모드에서는 비교적 강하게 회생제동이 걸리며 감속이 빠르게 이뤄졌는데, 평소 전기차의 회생제동으로 불편감을 느꼈다면 B 모드는 추천하지 않는다.
이날 안전을 위해 직접 체험하진 못했으나 ID.4에는 운전자가 일정 시간 반응이 없을 경우 주행을 멈추고 위급상황임을 알리는 ‘이머전시 어시스트’가 새로 추가됐다. 운전자가 일정 시간 차량을 제어하지 않으면 차량이 경고음과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그 후에도 반응이 감지되지 않는다면 차량이 스스로 차선 내 정지해 비상등 및 주차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고 경적을 울린다. 또한 차량 문이 열리고 실내등을 점등해 위급상황임을 주변에 알린다.
이외에도 △트래블 어시스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레인 어시스트 등 다양한 주행 보조 기능이 포함됐다.
ID.4는 분명 완벽한 차는 아니다. 통풍시트 등 기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일부 옵션이 없고, 마사지 기능처럼 ‘굳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드는 옵션이 있기도 하다. 구동 성능 역시 직접적인 경쟁상대인 아이오닉 5, EV6 등 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ID.4가 전기차에 입문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차량이라는 점이다. 국고보조금 지원 시 4000만 원 중후반대로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라는 점은 분명히 커다란 가격 강점을 지닌다. 또한 가격을 고려할 경우 ID.4가 보이는 성능, 디자인, 옵션 등은 ‘나쁘지 않다’ 수준을 넘어 ‘가성비가 좋다’고 느껴진다. 아우디의 전기차와 같은 MEB 플랫폼을 공유한다는 점도 분명한 매력적인 포인트다.
입문용 전기차를 찾고 있다면 ID.4를 눈여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