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기피, 출산 포기 등 사회문제 야기
“비용 부담 완화 등 지원 방안 절실해”
#. 서울 금천구 원룸촌에서 자취하는 취업 준비생 황모 씨는 새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지출이 부쩍 늘어난 탓에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기 위해서다. 매일 먹고 살 걱정을 하는 처지지만 번듯한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청약통장에 매월 2만 원씩 입금하고 있다.
결혼은 늦게 하고, 아이는 낳지 않고, 오히려 결혼을 포기한다는 청년들. 제대로 된 주거 사다리 없이 사회로 내몰린 20·30세대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전체의 40.3%를 차지했다. 1인 가구 비율이 40%를 넘은 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혼자 사는 20·30세대 가구가 1인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2.3%로 2017년(29.4%)보다 2.9%포인트(p) 늘었다.
1인 가구와 청년·대학생 등 경제적 소외계층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임대주택 등 주거환경 개선이 중요한 연구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높은 주거비 부담 문제가 지속하면서 청년층에서는 혼인 기피, 출산 포기 등 사회 구조적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청년들이 말하는 건 지금 당장 주택을 사고 싶다는 게 아니다. 아무리 저축해도 10년 후에 주택을 못 산다는 게 문제이고 이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연결된다”며 “수십 번 대책이 필요한 게 아니라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한데 청년을 위해서 30만 가구니, 80만 가구니 하는 수치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거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서울 주요 대학 10곳 주변 원룸의 평균 월세만 50만 원에 달해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가 거주할 경우 월급 4분의 1을 고스란히 주거비로 지출해야 한다. 관리비, 생활비 등을 더하면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은 더욱 늘어난다.
청년들은 좀 더 저렴한 집을 구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임대주택을 알아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지역 주민 반발에 부딪혀 사업이 지체되거나 무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들은 ‘조망권 훼손,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청년임대주택 건립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7년부터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을 공급해 청년들을 위한 주거복지 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20세~39세는 생애 주기에 따라 주거 수요가 급변하는 시기로서 현재처럼 단일화된 주거 공급으로는 해당 세대의 주거 수요에 대응하기 힘들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민간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용도지역변경, 의무임대 기간 후 사업주 소유의 임대부동산으로 전용 등 유인책을 주면서 발생하는 비용이 전가돼 고가에 임대되는 등 제도의 미비점이 지적받고 있다.
저조한 공급률도 문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22년까지 8만 가구(청년 5만6000가구·신혼부부 2만4000가구) 공급을 자신했던 역세권 청년 주택의 공급률은 현재 약 27.5%에 그치고 있다. 지역 이기주의와 민간 사업자의 참여 저조 등을 고려할 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청년을 둘러싼 환경변화 인식이 필요하다며 주거 지원을 위한 정책적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미선 국토연구원 주거정책연구센터장은 “독립한 청년은 저소득 비율이 높아 주거비 부담이 높고 열악한 거처에 거주하는 비중도 높기 때문에 더 적극적인 비용부담 완화, 기준 미달 거처 거주자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며 “독립한 청년 1인 가구의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인 흐름임을 감안해야만 하며 이들을 위한 진정성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석완 KDB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시 “취업 전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주거복지의 모색이 절실하다”며 “접근성보다 가격, 보증금 부담을 낮추고, 20년 이상 장기 공급이 가능하며 사업 수익이 공공으로 환원되는 사업 모델에 의해 주거 복지가 공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