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정신적 문제'…고령층은 육체적 질병
극단적 선택을 하는 남성의 수가 여성의 2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남성 10명 가운데 3명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여성은 정신적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자살률은 80대 이상 고령층 남성이 가장 높았다.
통계청은 27일 발표한 '2021년 사망원인 통계'에서 작년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총 1만3352명으로 전년 대비 1.2%(157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자살 사망자 수는 36.6명에 달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은 26.0명으로 전년보다 0.3명(1.2%) 증가했다.
자살률은 주로 남성과 80대 이상 고령층에서 높았다. 남성의 자살률은 1년 전보다 0.4명 늘어난 35.9명으로, 여성(16.2명)의 2.2배였다. 연령별로 보면, 80세 이상 고령층의 자살률이 61.3명으로 가장 높았고, 70대(41.8명), 50대(30.1명), 60대(28.4명), 40대(28.2명), 30대(27.3명), 20대(23.5명), 10대(7.1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자살률은 10대(10.1%), 20대(8.5%), 70대(7.7%) 등에서 증가했고, 60대(-5.7%), 40대(-3.4%), 80세 이상(-2.2%) 등에서 감소했다. 자살률이 가장 높았던 계층은 80세 이상 남성으로 119.4명에 달했다.
자살률이 주로 남성과 고령층에서 높게 나타나는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과 육체적 질병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6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남성의 자살 동기는 경제생활 문제(31.8%)가 가장 높았고, 정신적 문제(30.2%), 육체적 질병 문제(17.5%)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여성의 경우 정신적·정신과적 문제(56.4%)가 가장 높았고, 육체적 질병(15.9%), 경제생활(11.4%) 등의 순이어서 대조를 이뤘다.
아울러 61세 이상 고령층의 자살 동기는 육체적 질병 문제가 39.6%로 가장 높았고, 이어 정신적·정신과적 문제(36.9%), 경제생활 문제(11.0%) 순이었다. 특히 다른 연령대보다 육체적 질병 문제로 인한 자살 비율이 높았다.
복지부는 이날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지난해 자살률 증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우울감 및 자살생각률 증가, 청소년·청년층(10대, 20대) 자살률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가 6월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울 위험군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3.2%에서 올해 6월 기준 16.9%로 5배 증가했다. 최근 1년간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 응답자 비중인 자살생각률도 2019년 4.6%에서 올해 6월 12.7%로 3배가량 늘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국가 간 연령구조 차이를 제거한 표준화 사망률, OECD 표준인구 10만 명당 명)로 보면, 한국은 23.6명으로 OECD 38개국 평균 11.1명의 2배가 넘었다. 자살률이 20명대인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면 리투아니아(20.3명)가 유일했다.
곽숙영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그동안 감소 추세였던 자살률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는 코로나19 재유행이 안정화됨에 따라 국민의 정신 건강을 보다 면밀히 살펴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살률 감소를 위해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선제적·적극적 개입 노력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