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세 기울며 경영권 승계 활용도 낮아져…이니스프리 지분 중요성 부각
아모레퍼시픽그룹의 후계자 서민정 씨가 에뛰드와 에스쁘아 지분을 모두 처분키로 해 이목이 쏠린다. 아모레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됐던 지분이어서 처분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실적 부진이 이어짐에 따라 지분 활용 가치가 낮아져 정리하는 것 아닌가 하는 시각도 나온다.
27일 본지 취재 결과 에뛰드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10월28일을 기준일로 14만1792주를 임의 무상소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자본금은 감자 전 36억여 원에서 29억여 원으로 줄게 된다.
에스쁘아 역시 같은 날 이사회를 열고 3만9789주를 임의 유상소각하기로 했다. 감자 기준일은 10월28일로 같고, 자본금은 10억여 원에서 8억여 원으로 감소한다. 1주당 매수가격은 2만4166원으로 취득 금액은 9억6200만 원이다.
에뛰드와 에스쁘아가 소각하기로 한 주식은 모두 서 씨가 보유한 주식에 자사주 1주를 더한 수량이다. 서 씨는 현재 에뛰드와 에스쁘아 지분을 각각 19.52%씩 갖고 있다. 이번 주식소각이 모두 완료되면 두 회사 모두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완전 자회사가 되는 셈이다.
두 회사는 이니스프리와 함께 일명 ‘서민정 3사’로 불리던 곳들이다. 업계에서는 서 씨가 사세를 키워 더 많은 배당을 받거나 지분을 비싸게 넘겨 지주사 지분 확보에 이용하는 등 세 회사 지분을 경영 승계에 활용하리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에뛰드는 과거 30억~50억 원대 배당을 실시해 서 씨 역시 수억 원에서 많을 때는 10억 원대 배당금을 수령한 걸로 추정된다.
하지만 수년째 이들 회사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등 사세가 기울자 이러한 전략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관측된다. 에뛰드는 1997년 아모레퍼시픽이 선보인 브랜드로 미샤, 이니스프리, 스킨푸드 등과 함께 2000년대 국내 로드숍 열풍을 이끈 주역 중 하나였으나 중국발 사드 후폭풍과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은 2017년 2591억 원에서 지난해 1056억 원으로 반 토막 났다. 이 기간 연평균 영업손실이 136억 원이다. 모 회사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2020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에스쁘아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매출은 432억 원에서 467억 원으로 소폭 오른 데 그치며, 2019년 5000만 원의 흑자를 낸 것을 빼고는 매년 적자가 계속됐다. 결손금이 누적된 탓에 이 회사 역시 자본잠식 직전에 놓여 있다. 작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681.05%에 달한다. 자산총계는 199억 원에 불과해 실질적인 지분 가치 역시 크지 않다.
한편 두 회사의 지분을 처분함에 따라 향후 이니스프리의 정상화 여부가 서 씨의 승계 자금 마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배당 규모만 보더라도 이니스프리는 서 씨의 핵심적인 자금줄이 되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서 씨가 회사 지분을 확보한 2012년 결산부터 현금 배당을 했으며 2019년에는 1100억 원에 달하는 배당을 하기도 했다. 이니스프리는 사드와 코로나 영향으로 최근 5년 사이 매출이 3071억 원으로 감소했으며 작년 10억 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 말 자산총계는 4879억 원이며 부채비율은 16.4%에 불과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두 회사의 지분 구조를 아모레퍼시픽그룹이 100%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라며 “그간 어려움을 겪던 두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주회사가 책임 있게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