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달 16일 삼성전자 주식 5987만1911주를 매도했다. 종가 기준으로 환산 시 3조6521억 원 규모다. 최근 10년으로 넓혀보면 국민연금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2년마다 삼성전자 주식을 91만~147만 주 수준으로 꾸준히 매입하다가 2018년 5874만 주를 매입했다. 2020년에도 3790만 주를 사들이면서 보유 비율을 6%에서 10.69%로 올렸다.
8년간 매수 기조를 유지하던 국민연금은 지난해부터 ‘매도’로 포지션을 바꿨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월 6일 5971만 주를 매도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5984만 주)과 지난달까지 계속해서 삼성전자를 매도했고 그 결과 보유 비율은 7.68%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국민연금의 매도와 부진한 업황이 맞물리며 하락 중이다. 국민연금이 포지션을 바꾼 지난해 4월 삼성전자는 주당 8만 원 선을 유지했으나, 등락을 반복하더니 그해 말 7만 원 선으로 후퇴했다. 올해 들어서는 하락세가 좀 더 가팔라졌다. 지난달 22일 이후 삼성전자는 5만 전자로, 6만 원 선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5거래일째 장중 신저가를 기록하면서 27일 5만42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연초 대비 30.78% 하락한 수치다.
전망도 밝지 않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D램 가격은 직전 분기보다 15~18%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실적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 쪼그라든 12조8550억 원이다.
반면 국민연금은 셀트리온에 대한 포지션을 매도에서 매수로 전환했다. 삼성전자와는 정반대 흐름이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국민연금은 149만 주를 매도했으나, 지난달 9일 이를 상회하는 160만 주(1840억 원어치)를 매수했다. 이는 지난달 국민연금이 매수한 종목 중 가장 큰 규모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매수가 주가 부양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매수 직후부터 이날까지 셀트리온 가격은 18.67%(20만3500원→16만5500원) 떨어졌다. 하지만 셀트리온의 주가는 밝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곳 이상의 증권사 추정치가 있는 셀트리온은 36.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가 생명공학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 내에서 발명된 의약품만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에 셀트리온의 주가는 소폭 후퇴하긴 했으나, 증권사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해당 행정명령에) 바이오 신약을 비롯해 바일로시밀러에 대한 규제 내용은 별도로 언급되지 않았다”며 “시장의 특성과 미국 정부의 바이오시밀러 도입 취지를 감안하면 부정적인 영향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지난달과 이달 세아베스틸지주(325억 원), DL(157억 원), 덴티움(122억 원) 등을 매수했으며 기아(405만 주), 현대제철(134만 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52만 주) 등을 매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