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혹한기…몸집보다 수익으로 내실 다진 ‘켄타우로스’ 뜬다

▲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도전! 케이(K)-스타트업 2022’ 통합본선 킥오프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제공=중소벤처기업부)

글로벌 금리 인상과 정부의 모태펀드 축소 등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성장성을 앞세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 기업보다 내실과 수익을 앞세운 ‘켄타우로스’형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올해 7월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전체 투자금은 836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3조659억 원) 대비 72.7% 감소했다. 업계에선 20년 만에 찾아온 ‘제2 벤처붐’이 꺼질 우려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줄고 있는 이유는 스타트업 ‘자금통’ 역할을 했던 벤처캐피탈(VC)들이 최근 기업가치 산정(밸류에이션) 및 투자 기준을 바꾸고 있어서다. 그간 투자 초점이 성장성과 가능성에 맞춰졌다면 이제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지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VC들의 이같은 ‘옥석 가리기’에 수익성이 없는 신생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는 눈에 띄게 줄고, 성장성을 인정받던 시리즈B 규모의 스타트업들은 추가 투자를 받지 못해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예비 유니콘들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반면 켄타우로스(Centaur)형 스타트업은 뜨고 있다. 켄타우로스형 스타트업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말인 반인반수로 스타트업계에선 현실적인 수익(사람)을 바탕으로 성장(말)하는 기업을 뜻한다.

실제 2020년 창업 초기 외부 투자 없이 매출 21억 원, 영업이익 1억 원을 달성한 코딩 교육 스타트업 ‘팀스파르타’는 회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올해 13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투자 유치 후에도 성장세는 이어졌다. 팀스파르타는 올해 상반기 매출로만 105억 원, 영업이익 3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43%, 영업이익은 362.7% 증가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 기업 임직원들이 팀스파르타의 맞춤형 기업 코딩 교육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팀스파르타)

회사 측에 따르면 팀스파르타는 창업 이후 수차례 VC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했다. 무리하게 몸집을 키우기보다 투자를 받아 무엇을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기 때문이다. 이후 팀스파르타는 핵심 서비스인 개발자 양성 부트캠프 ‘항해99’을 키웠다. 항해99는 코딩에 사전지식이 없는 사람도 99일간의 커리큘럼을 마치면 주니어 개발자로서 현업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실제 업무 환경과 유사하게 설계됐다. 개발자 인력난을 겪은 기업들의 꾸준한 러브콜로 항해99 수료생은 지난해 상반기 246명에서 올해 1002명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넛지헬스케어’도 켄타우로스형 스타트업이다. 건강관리 앱 ‘캐시워크’를 통해 디지털 헬스케어시장에서 꾸준한 실적 상승을 보였다. 특히 넛지헬스케어는 2016년 법인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365억 원, 영업이익은 51억 원을 달성했다. 대한민국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캐시워크를 사용하면서 실적 안정세를 뒷받침 한 데다 지니어트 사업부를 활용한 식음료 카테고리로의 사업 다각화도 성장세를 더했다.

한 VC 심사역은 “최근에는 투자금을 투입하면 바로 수익을 낼 수 있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교육 스타트업이나 확실한 수익 모델이 있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