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우려가 글로벌 증시를 집어삼키자 상대적으로 안정된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일학개미’가 늘고 있다. 약세를 거듭 중인 국내 증시와 달리 역대급 엔저 현상이 일본 증시를 떠받치면서 관심도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TIGER 일본TOPIX헬스케어 ETF는 8.44% 상승했다. 해당 ETF는 동경증권거래소 ‘TOPIX-17 Pharmaceutical’ 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상품이다.
TIGER 일본엔선물 ETF는 3.58% 상승했다. 이외에 KODEX 일본TOPIX100 ETF(1.76%), TIGER 일본니케이225 ETF(1.28%) 등도 올랐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급락한 국내 증시에 비해 일본 증시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닛케이 평균주가는 올해 하반기 들어 1.72%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7.57% 내렸다.
하반기 들어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증시 주식 거래량은 대폭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매수(5882건)와 매도(3858건)를 합친 전체 거래량은 9740건을 기록했다. 지난 7월(7611건) 대비 28% 늘어난 수치다. 예탁결제원의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일본 주식 매수세도 늘었다.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순매수 금액은 7월 711만달러(약 101억원), 8월 946만달러(약 135억)로 5월(-2832만달러), 6월(-2383만달러) 이후 다시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달 들어선 2118만달러(303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환차익을 예상한 엔화 투자도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8월 달러화, 유로화 등 예금이 줄어든 반면 엔화 예금은 57억4000만 달러로 7월(54억8000만달러) 대비 늘었다.
역대급 엔화 약세 현상이 일본 증시를 떠받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할 수 있게 되서다. 일본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펼치면서 유동성을 풀고 있는 점도 증시에 우호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화 약세와 초저금리를 통해 엔화를 빌려 다른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성화되는 분위기도 증시 선방의 비결로 풀이된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현상이 일본만의 두드러진 현상은 아니지만 일본 경제 및 산업이 엔화 약세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역사적으로 엔·달러와 닛케이 지수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일본 외환당국 개입으로 하반기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선 일본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개입(달러화 매도)에 따라 엔화 가치 지지 효과가 단기적으로 강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본도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서 벗어나기 힘들 거란 점도 언급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의 나홀로 독주 현상 역시 미국 등 글로벌 경기와 증시 흐름에 결국 동조화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일본 증시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기조 및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에 결국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