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 4개 주(州)의 영토를 합병하는 법안이 3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러시아 하원을 통과했다. 이를 기점으로 상원 비준을 거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인까지 속전속결로 합병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러시아 하원 격인 국가두마에서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주를 자국 영토로 병합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비준했다고 보도했다. 뱌체슬라프 볼로딘 하원의장은 이날 텔레그램에 "이제 러시아 연방에는 89개 연방 주체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지난달 23~27일 이들 4개 점령지의 합병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진행, 투표 결과 90%가 넘는 찬성률을 근거로 이들 영토를 러시아 땅으로 귀속하는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같은 달 30일 크렘린 궁에서 점령지와 합병 조약을 맺었고, 헌법재판소가 조약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는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합병 조약이 하원을 통과하면서 이제 상원 비준과 푸틴 대통령의 최종 서명 절차만 남게 됐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주민투표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해당 투표가 사실상 이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군의 감시하에 이뤄진 데다 국제법과 우크라이나 헌법에도 위반된다는 이유에서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합병을 인정하지 않은 채 영토 수복 공세를 계속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에 점령됐던 헤르손주의 두 개 마을을 되찾았다고 발표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점령한 뒤 주민투표를 거쳐 자국 영토에 편입시켰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