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투자업계와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3분기 반도체 관련 ELS 종목들에서 대거 녹인 배리어(원금손실 구간)가 발생했다. 주요 종목별로 살펴보면 이 기간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의 녹인 규모는 1202억 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와 AMD, 엔비디아도 각각 617억 원, 725억 원, 426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S&P500 등 기초지수와 연계된 ELS들의 조기상환이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통상 ELS의 중간평가는 6개월 단위로 이뤄지는데, 올해 2~3월에 발행된 상품들의 기준가격이 낮게 형성돼 1차 중간평가 기간이었던 8~9월의 조기상환 규모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체로 기초자산의 가격이 80~90% 내외에서만 움직여도 상환조건을 충족해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황 우려가 커지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낙폭을 키우면서 관련 ELS들의 원금손실 위험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6개월 전보다 20.23%, SK하이닉스는 26.01% 빠졌다. 이날 3~4%대의 강세를 보이긴 했지만, 낙폭을 회복하긴 역부족이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54.27%), 인텔(-45.18%), AMD(-40.19%), 마이크론(-33.41%) 등도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사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ETF들의 수익률도 바닥을 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는 올 하반기 들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를 2억9271만 달러(약 4177억 원) 담으며 전체 종목 중 두 번째로 많이 순매수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추락을 거듭하면서 SOXL은 이 기간 26% 가까이 하락했다.
문제는 반도체의 겨울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3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전 분기보다 최대 18% 떨어졌고, 상위 10개 파운드리 업체의 매출 증가율은 3개 분기 연속 감소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바라보는 실적 눈높이도 낮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작년 3분기보다 25%가량 감소한 11조9226억 원으로 집계되면서 3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44.70% 줄어든 2조3068억 원에 그칠 전망이다.
최도연·남궁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하강 속도가 부담이다. 만 3년여간 지속된 반도체 상승 사이클은 역사상 최대 수준의 재고 부담을 발생시켰다”며 “상승 사이클이 길었던 만큼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