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배급용 식재료로 전락
퓨전 요리 접근성 좋아지고, 온라인 통해 인기 늘며 인식 바뀌어
그러나 최근 7년간 스팸 판매량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늘었다. 스팸 개발사 호멜(Hormel)은 최근 CNN방송에 “수요가 급증해 공급이 따라잡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짜 고기 스팸이 전성기를 되찾은 비결을 무엇일까. CNN은 스팸이 미식가들도 즐기는 ‘퓨전 요리’가 된 점에 주목했다.
로버트 구 빙엄턴대 아시아 미국학 교수는 “스팸은 평판의 변화를 겪었다”며 “스팸이 미국에서 부활한 건 크리스 오 같은 아시아계 미국인 요리사들이 스팸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재탄생시킨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시아와 태평양의 스팸을 활용한 퓨전 요리가 스팸의 식재료로서의 가치를 한 단계 높였다”고 덧붙였다.
스팸 인기는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사람들은 틱톡에 자신만의 스팸 요리를 만들어 올린다. 6년째 스팸 브랜드 매니저를 맡은 브라이언 릴리스는 “스팸이란 브랜드의 특징은 다양한 문화권의 소비 집단이 형성된 점”이라며 “소비자들이 각자의 나라에서 스팸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그들만의 방식으로 스팸을 소비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호멜은 한국, 대만, 베트남 등 다양한 국가의 식당 요리사들과 협업해 다양한 스팸 요리 개발에 나섰다. 색다른 버전의 스팸 요리 소개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자신만의 스팸 요리를 개발하고픈 마음을 갖도록 하는 전략이다. 호멜은 “스팸이 젊고 새로운 미식가들에게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스팸(spam)이란 이름은 ‘향신료(spice)’와 ‘햄(ham)’의 합성어다. 호멜은 당시 스팸의 이름을 정하기 위해 100달러 상금을 걸고 제품명을 공모했고, 당시 호멜 부사장의 한 형제가 스팸을 제안해 공모에 당선됐다. 조지 호멜은 “스팸을 듣는 그 순간 그 이름이 완벽한 제품명이란 걸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팸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어떤 식사에서 어떤 음식과도 함께 먹을 수 있는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스팸의 초기 광고는 스팸을 “기적의 고기”라 부르며 “스팸이 적절한 순간은 아침, 점심, 저녁, 더울 때나 추울 때, 즉 모든 순간”이라고 소개했다.
냉장 시설이나 육류 공급원이 거의 없었던 태평양 전초기지에서 미군과 연합군은 통조림 음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스팸도 이들 중 하나였다. 호멜에 따르면 1억 파운드 이상의 스팸이 전쟁 기간 군대 식량으로 공급됐다.
미군이 오랫동안 주둔했던 하와이는 다른 어떤 주보다도 1인당 스팸 소비량이 많은 지역이기도 했다. 전쟁과 재건 기간 굶주림과 기근으로 허덕이는 지역에 스팸은 유일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스팸에 질려버린 미군들은 다시는 스팸을 먹지 않겠다고 맹세했고, 스팸은 배급과 경제적 어려움을 상징하는 식재료가 됐다.
한편 이때 미군이 복귀하고도 스팸은 아시아·태평양 등의 분쟁 지역에 남게 되면서 그곳의 음식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아얄라 루비오 미시간주립대 소비자행동연구원은 “스팸은 아시아 문화의 일부가 됐다”며 “코카콜라나 맥도날드가 미국을 상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하와이에서는 밥과 스팸을 김으로 싼 스팸 무스비가 유명하다. 하와이 맥도날드에서는 스팸 버거가 판매되기도 하고, 매년 하와이에선 와이키키 스팸 잼 페스티벌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