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럭셔리 시계도 반값”...인천공항 면세점 ‘눈물의 재고떨이’

입력 2022-10-06 16:31수정 2022-10-0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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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끝나가지만, 고환율에 면세점 업계 보릿고개

“마트야, 면세점이야?”

▲할인 팻말들. (김혜지 기자 heyji@)

개천절, 한글날이 낀 ‘황금연휴’에 찾은 인천공항은 적막감만 가득했다. 제1터미널에 들어서자 마트를 방불케 할 만큼 매장 입구, 제품에까지 ‘할인’ 팻말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최대 50%에 이르는 ‘세일 이벤트’는 콧대 높은 명품 럭셔리도 피하지 못했다. 고객은 아예 없거나, 직원만 매장을 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제1터미널뿐만 아니라 탑승동, 제2터미널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를 지난 4일 방문했다. 황금연휴에 이어 공항 PCR 검사 완화, 일본 무비자 여행 허용 등에도 불구하고 공항 면세점 대부분은 ‘개점휴업’ 상태였다. 최근에는 고환율 악재까지 겹치며 면세업계는 일제히 할인 이벤트를 쏟아내고 있지만 단기간 내 빠른 회복은 요원할 전망이다.

제1터미널 입구 중앙을 중심으로 몰린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 총 5개 면세점 업체에는 업계 큰손인 ‘따이궁’은커녕 여행객 자체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코스메틱, 뷰티 위주의 면세점은 굳게 문이 닫힌 상태였다. 주요 면세점이 들어선 제2터미널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외국인보다 내국인 고객들이 더 눈에 띄었다.

▲한산한 인천공항 제1터미널. (김혜지 기자 heyji@)

▲인천공항 탑승동 인근의 명품 매장들이 임시휴업 중이다. (김혜지 기자 heyji@)

▲폐쇄된 면세점 인도장. (김혜지 기자 heyji@)

외항사, 저가비용항공사가 몰린 탑승동은 여전히 ‘전멸’ 상태였다. 탑승동은 코로나 여파로 객수 감소 피해가 가장 큰 곳으로 꼽힌다. 실제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는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페라가모 등 명품 매장은 불만 켜진 채 매대가 완전히 비어 있었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지난해 3월 이후 줄곧 임시휴업인 상황이다. 인근 매장의 뷰티 브랜드 역시 일제히 철수해 있었다.

인근 매장 면세점 직원 A 씨는 “작년에 입사했는데 그때도 지금처럼 매대 물건 다 빼고 사람이 없었다. 지난 연휴 때도 1일에만 반짝 매출이 뛰었고 그 이후에는 비슷했다”면서 "그래도 이게 그나마 작년보단 나아진 거다. 1년 전만 해도 비행기가 아예 뜨질 않았었다. 지금은 그래도 얼마간 뜨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인천공항 한 면세점 주류코너에서 벌어지는 할인행사. (김혜지 기자 heyji@)

환율이 1400원을 넘어가면서 공항면세점 여기 저기에는 할인 팻말이 즐비했다. 고환율로 면세 쇼핑 혜택이 줄어들자 가격 방어를 위해 면세업계가 내놓은 고육책이다. 코로나19 시기였던 지난 2년, 불어난 ‘재고 자산’ 떨이도 주목적이다.

실제 주요 면세점 업체의 올 상반기 재고자산은 지난해 연간 수치에 근접한 수준에 이른다. 면세파트만 떼어내면 롯데면세점의 지난해 재고자산은 8517억 원에서 올 상반기 7043억 원이었다.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은 각각 6199억 원에서 6139억 원, 3527억 원에서 3594억 원(추정치)을 기록했다. 면세업계 후발주자 현대백화점면세점 역시 같은 기간 2951억 원에서 2789억 원으로 재고자산 부담이 늘었다.

▲한산한 인천공항 제2터미널. (김혜지 기자 heyji@)

대대적인 할인공세에도 불구하고 고객으로선 실익이 없다는 게 문제다. 기자가 찾은 제2터미널의 주류매대에서 본 한 위스키 제품은 최대 100달러 가까이 할인됐으나, 환율이 오르기 이전 대비 차익은 4~5만 원 내외에 그쳤다. 또 다른 면세점 직원 B 씨는 “재고를 빨리 털어내야 할뿐더러, 환율 때문에 가격 맞추느라 할인 이벤트가 진행 중”이라며 “그런데 고객 자체가 없어 문제”라고 했다.

한국면세점협회는 지난 8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면세점 이용 객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고 발표했지만, 이른 회복세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코로나19 이전 줄곧 4500만~4800만 명대였던 이용 객수는 2020년 1000만 명대, 지난해 677만 명대, 올해(1~8월 누적) 638만 명대에 그쳤다.

인천공항 관계자는 “지금 보면 지상에서 놀고 있는 비행기가 많다”며 “정기 편성이 많아져야 하는데, 코로나 가니 고환율 왔다. 앞으로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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