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발자국을 늘려라]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인터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경제 중추인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워 출산·고용 정책에 적극 나설 수 있게 해야 한다. ”
통상 중소기업은 경제의 실핏줄로 불리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은 꽤 부정적이다. 연봉, 복지가 대기업에 뒤처지는 것은 물론 근무 환경이 열악하고, 기업문화가 후진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최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만난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압축 성장 속에 벌어진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좁히고, 중기·정부·지자체의 ‘삼각협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중소기업의 복지정책도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중소기업계에선 가족친화 복지제도를 시행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임신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단축하거나 태아 정기검진일에 휴가를 제공하고, 아이를 양육하는 근로자의 경우 탄력근무제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일부에서는 첫째 출산 시 30만 원, 둘째 출산 시엔 50만 원, 셋째 출산 시엔 200만 원으로 축하금을 확대 지원해 출산을 장려하는 중소기업도 등장했다. 다만 이런 가족 친화책을 쓰는 중소기업은 극히 드물다.
추 본부장은 “통계로 확인되지 않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규모가 작다 보니 조직이 체계적이지 않고, 한 사람이 회사 내외 업무를 모두 맡을 만큼 업무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추 본부장은 “중소기업은 근로자 한 명이 없으면 회사 전체 업무가 돌아가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대체 인력이 없다. 이런 현실에서 출산 장려제도나 양립 고용, 탄력근무제 같은 복지 여건은 꿈도 꾸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추 본부장은 중소기업들이 정부의 저출산·고령화 정책에 발을 맞추기 위해선 구조적인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생’이다. 그는“국내 대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중소기업의 2배다. 중소기업 직원이 2500만 원을 받을 때 대기업 직원은 5000만 원을 받는다. 그런데 국내 중기 10곳 중 4곳이 대기업 협력 하청 기업이다. 대중소 상생을 더 확산해 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이미 저출산·인구절벽 현실을 이미 체감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현실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고용노동부의 올해 상반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부족 인력은 59만8000명으로 전년동기(38만 1000명) 대비 57% 급증했다.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드는 가운데 젊은층이 배달 같은 비대면 시장으로 이탈하고, 코로나19로 외국인 근로자 유입이 막힌 탓이다.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큰 만큼 외국인 근로자 고용 쿼터제를 푸는 방법 등으로 노동력 공백에 대응해야 한다고 봤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쿼터제는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대한 법률에 따라 매해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결정하는 제도다.
중소기업의 진화도 역설했다. 그는 “중소기업 스스로 연구개발 투자와 자체 개발을 확대해 경쟁력을 키우고, 인력 유인책으로 연봉 인상 등 근로 여건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여기다 중소기업이 탄력근무제 같은 일·가정 양립 지원책을 쓸 수 있도록 정부가 세제혜택을 지원한다면 일하기 좋은 중소기업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기업체들이 몰려 있는 지역 산업단지의 경우 개별 근로자나 중소기업이 보육을 해결하기보다 지자체가 산단 내 공동 직장 어린이집을 조성해 보육 인프라를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추 본부장은 “기업 규모, 직종을 떠나 젊은층 전반에 결혼과 출산을 골칫거리, 불필요한 것으로 보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 육아의 부담을 매우 크게 느낀다. 저출산·고령화 속에서 보육은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직장인들이 출산 이후의 문제를 걱정하지 않도록 인프라·세제 확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있어 육아의 부담을 느끼지 않을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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