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대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내줄 전망이다. TSMC가 미국 인텔과 삼성전자를 제치고 분기 기준 매출 1위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의 3분기 매출은 6131억4300만 대만달러(약 27조5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DS) 부문 매출을 TSMC보다 적은 24조7000억~25조5000억 원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인텔은 같은 기간 154억9000만 달러(약 21조4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TSMC가 반도체 업계에서 매출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세계 반도체 매출은 인텔과 삼성이 경쟁하는 구도였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인텔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1위를 차지해왔다.
인텔은 1992년부터 매출 기준 왕좌를 기록했다가, 2017년 메모리 호황에 힘입은 삼성전자에 25년 만에 정상을 내줬다. 그러나 이 자리를 이번엔 TSMC가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의 90% 이상이 메모리 부문에서 발생하는 만큼 업황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한파가 닥치자 영업이익이 줄면서 TSMC에 역전을 당한 셈이다.
1987년 설립된 TSMC는 그동안 파운드리에만 집중해왔다. 최근 파운드리 시장은 5세대 이동통신(5G), 차량용 반도체 수요 증가 등으로 갈수록 성장하는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에서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을 도입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앞서 2019년에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발표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는 초격차 전략으로 시장 주도권을 유지할 방침이다. 지난 5일 열린 ‘삼성 테크 데이’ 행사에서 5세대 10나노급 D램을 내년 양산하고, 2024년 9세대 V낸드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앞서 경계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사장도 반도체 경기 사이클과 관계없이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 사장은 "경기 사이클이 빨라지면서 불황기에 투자를 적게 한 것이 호황기에는 안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다"며 "시장의 업 앤 다운(Up & Down)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꾸준한 투자가 맞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