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문일준 교수팀, 국제학술지에 연구결과 발표
이어폰의 ‘소음 제거’ 기능이 소음성 난청을 일으키는 소리를 감소시켜 청력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문일준 교수, 설혜윤 박사 연구팀은 국내 성인 30명을 대상으로 소음 제거 기능 활성 여부에 따른 소음 정도와 선호 청취 음량 차이를 비교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대부분 국가에서는 청력 보호를 위해 일일 소음 노출량 기준을 85dBA(가중데시벨) 크기인 소리에 8시간 이하로 노출되도록 제안하고 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9년 10대를 포함한 청년층의 약 40%가 청력에 문제를 일으킬 만큼 음량을 키워 듣고 있다고 보고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연구는 외부 소음 탓에 기준치 이상으로 소리를 높여 음악이나 영상을 감상해 발생하는 ‘소음성 난청’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해당 기술이 보탬이 된다는 내용으로,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헬스케어(Healthcare)’ 최근호에 연구결과를 발표됐다.
연구팀은 난청인 15명, 건청인 15명으로 연구 대상을 나누고, 유무선 커널형 이어폰을 이용해 소음 제거 기능의 효과를 측정했다.
우선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상황을 가정해 버스와 카페에서 나는 소음(80dB)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해당 장소에서 소음 제거 기능 활성화 여부에 따라 같은 소리라도 실제 귀에서 소리가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 저주파수(250, 500Hz)와 전체 주파수(200-6000Hz)로 나누어 조사했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저주파수와 전체 주파수 대역 모두 소음 제거 기능을 활성화 했을 때 주변 소리의 크기가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소음 제거 기능을 켜자 건청인은 소리 크기가 저주파수 대역에서 버스는 12dB 가량, 카페에서는 12~14dB 줄었다. 난청인도 같은 저주파수 대역에서 버스와 카페 모두에서 8 ~ 12dB 정도 소리 크기가 줄어든 효과를 봤다. 이러한 효과는 주파수 범위를 전체 주파수 대역으로 넓혀도 유지됐다.
연구팀은 실제 사람이 아닌 소음 제거 기능의 효과 평가에 쓰이는 KEMAR에서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KEMAR(Knowles Electronics Manikin for Acoustic Research)는 청각 및 음향 연구를 위해 평균적인 사람의 귀와 비슷한 음향학적 특성을 갖도록 제작된 마네킹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버스와 카페 모두에서 소음 제거 기능을 켰을 때 소리의 크기가 감소했다.
또한 연구팀은 피험자들의 선호 청취 볼륨의 차이도 비교했다. 피험자에게 BTS의 다이나마이트(Dynamite)를 들려준 다음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청취 볼륨을 조사했다.
그 결과 소음 제거 기능을 활성화 했을 때가 비활성화 때 보다 청취 볼륨의 레벨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건청인의 경우 버스에서 기존보다 7단계, 카페에서는 11단계나 볼륨을 내렸고, 난청인들은 버스에서 12단계, 카페에서 9단계까지 볼륨을 낮췄다. 소음 제거 기능으로 더 낮은 볼륨에서도 충분히 음원 청취가 가능했다는 의미다.
연구를 주관한 문일준 교수는 “이어폰, 헤드폰 등 개인용 음향 청취기가 보급됨에 따라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소음성 난청’ 발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청력 보호에 있어 ‘소음 제거 기능의 잠재적 가능성’을 확인한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활발한 연구를 통해 이러한 기능의 효과를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