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가격 상승…평년대비 삼겹살 23%·목심 17.34%·갈비 10.39%↑
서울 영등포구 일대에서 정육점만 10년 이상 운영해온 사장 A 씨는 최근 고민이 깊어졌다. 물가가 계속 뛰면서 손님 발걸음이 뚝 끊긴 데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ASF) 발병으로 정육점으로 들어오는 고기 물량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올겨울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젠 장사를 정말 접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경기 둔화에 겨울철을 앞두고 ASF 등 가축 전염병 발병 우려까지 겹치며 돼지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주요 대형마트 업체는 대대적인 할인공세를 펼치며 소비 심리 띄우기에 나서는 한편, 전염병 확산세에 대한 경계를 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인 이동제한이 걸리지 않은 만큼 ASF로 인한 수급 불안 이슈에 대해선 선을 그으면서도, 전염병 리스크가 남아 있는 만큼 일시적 가격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1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부위별 돼지고기 소비자가격은 최근 일제히 올랐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100g당 삼겹살 가격은 2719원으로 평년 대비 23% 가까이 올랐고, 목심, 갈비는 각각 2531원, 1488원으로 평년대비 17.34%, 10.39% 올랐다. 수입산 돼지고기의 경우 같은 기간 1446원으로 평년과 비교해 35% 가까이 비싸졌다.
‘금(金)돼지 현상’ 배경엔 쪼그라든 소비심리가 자리한다. 고물가 영향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이미 비싸졌고, 금리까지 오르며 소비심리가 악화됐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소비심리가 나빠지고, 명절 이후에도 개천절, 한글날 등 연이은 연휴로 도축장이 쉬면서 고시세가 유지되면서 수요가 빠졌다”고 말했다.
여기에 겨울철을 앞두고 ASF 등 가축 전염병이 경기·강원도 일대에서 발생하면서 경락(競落, 경매에서의 승락) 가격을 흔들었다. 앞서 ASF는 지난달 강원 춘천과 경기 김포·파주에서 4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특히 방역당국 및 유관부처가 평택 양돈농가에서 신고된 ASF를 처음엔 양성으로 판정했다가, 다음 날 실험 장비 오염 등에 따라 음성으로 결과를 번복하면서 농가와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
전문가는 ASF 발병에 따른 돼지고기 수급 불안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축산부문 관계자는 “전체 사육 마릿수가 1200만 마리 정도 되는데, 이 중 ASF 관련 케이스는 6000마리 정도로 전체의 0.1%로 피해가 미미한 수준”이라며 “ASF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려면 2019년 때와 같이 전국적인 이동제한이 걸려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ASF 리스크가 남아 있는 만큼 시장가가 실제로 형성되는 경락 시장에선 당분간 충격이 지속할 전망이다. 전염병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질수록 도매상들의 물량확보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 일부 수도권 일대 정육점에서 고기 물량이 ‘동’이 났던 이유다. 실제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당 돼지고기의 도매 평균가격(탕박)은 5476원으로 1년 전(4361원)과 비교해 1000원 이상 올랐다.
주요 대형마트 역시 한돈 할인행사로 소비심리를 띄우며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홈플러스 총 4개 업체는 이달 12일까지 한돈삽결살 관련 특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ASF 이슈는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다보니 대형마트의 수급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단계는 아니”라며 “하지만 담당 부서에서도 확산세 동향 등 상황을 지속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경기권 ASF 발병은 현재까지는 돼지고기 수급 이슈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상황을 자세히 파악해 발병 이슈가 없는 농가 상품 및 캐나다산 돼지고기 직소싱 물량 공급 등으로 대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