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관, 위치추적센터 직접 찾아 관리‧감독 당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접근금지대상을 찾아가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가해자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스토킹과 전자발찌 훼손으로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한 범죄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들에 대한 관리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전자발찌 착용자를 감독하는 관리감독관의 절대적인 수가 부족한 것이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스토킹범죄 신고에 대한 보복으로 피해자를 찾아가 살해한 ‘김병찬 사건’과 연락을 거부하는 스토킹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피해자와 세모녀를 살해한 ‘김태현 사건’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전자발찌를 끊고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전자발찌를 훼손하며 또 다른 피해자를 낳았다는 점에서 전자발찌 관리‧감독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되기도 했다.
미성년자 11명을 연쇄 성폭행한 김근식은 17일 출소를 앞두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앞서 6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김근식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법무부는 현재 7겹인 금속 내장재를 15겹으로 늘린 특수 전자발찌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한 장관은 11일 위치추적을 관리하는 현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한 장관은 이날 서울 휘경동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와 서울보호관찰소를 방문해 고위험 전자감독대상자 관리 실태 등 전자감독 주요 정책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한 장관은 방문 전 기자들과 만나 “범죄예방시스템을 점검하러 온 것이고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방명록에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 합시다’라는 글귀를 남겼다.
법무부가 이처럼 대응을 강화하는 것은 최근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실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자발찌 착용자는 △2017년 2981명 △2018년 3126명 △2019년 3111명 △2020년 4052명 △2021년 4316명으로 5년 사이 33.7% 증가했다.
특정범죄인 성폭력, 유괴, 살인, 강도 등 범죄를 저지른 특정사범의 전자발찌 부착도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2981명이던 특정사범 전자감독 대상자는 2022년 7월 기준 3298명으로 늘었다. △성폭력 2373→2604명 △유괴 11→15명 △살인 464→526명 △강도 133→153명으로 모든 유형에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전자발찌를 착용하는 동안 지켜야 할 준수사항을 위반한 건수도 늘어났다. 2017년 1만36건이던 준수사항 위반은 2021년 1만3704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야간 또는 아동 통학시간대 등 특정시간대 외출을 제한하는 외출금지 준수 위반은 3217건에서 6239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자감독 대상자가 피해자 등 특정인에게 접근해 준수사항을 위반한 경우는 147건에서 856건으로 5.8배나 증가했다.
또한 금지된 특정지역, 장소에 출입하거나 주거지역의 제한을 어긴 출입금지 위반도 매년 평균 6859건 발생했다.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전자발찌의 기능도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지만 전자발찌 훼손 사례 역시 매년 끊이질 않았다. 최근 5년간 연 평균 17.4건의 전자발찌가 훼손됐다.
법무부는 일찍부터 재범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위해 전자발찌 관리 제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앞서 8월에는 살인‧성폭력‧강도‧미성년자 유괴범죄에만 한정된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스토킹범죄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의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인력 부족 문제가 전자감독제도의 큰 허점으로 꼽힌다. 전국 보호관찰소 현장에서 관리하는 전자감독 인력은 7월 말 기준 418명으로 직원 1명당 약 18명을 감독하는 꼴이다.
법무부는 신속수사팀과 1대 1 전자감독대상자 확대, 고위험군 전담제를 전면 시행하는 등 맞춤형 관리 체계 확립을 시행 중이지만, 행안부에서 이를 뒷받침할 인력 증원을 받아주지 않고 있어 내년도 법무부 예산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