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자본시장연구원이 한국파생상품학회와 함께 ‘인플레이션 시대 금융의 역할’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유례없는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이해 물가상승 위험과 금융시장 변동성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자산배분 전략과 파생상품시장의 역할 등 다양한 금융의 역할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개회사에 나선 이준서 한국파생상품학회 회장은 “한동안 옆으로 빗겨가있던 주제였던 인플레이션 시대가 새로운 버전으로 맞이해 인플레이션의 함의를 재고찰해볼 시기가 아닌가 싶다”라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자산 배분 전략과 인플레이션 유형을 헤징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의 역할을 모색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40여 년 만에, 젊은 세대는 처음으로 경험하는 인플레이션에 통화 당국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섰다. 금리 인상이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등 매크로적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국민 재산 보호와 시장 완비성 구축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온 박성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은 지정학적, 인구학적 측면에서 현재 인플레이션 국면을 분석했다.
그는 “현재 인플레이션이 구조적인지 단기적인 판단하기는 아직 어렵다”면서도 “세계 경제상 중국 역할 변화·러시아-유럽 관계 변화 등 국제 정세 변화와 노동생산 인구 감소·출산율 하락·고령화·부양인구 부양 부담 등 인구학적 변화로 구조적인 인플레이션 양상이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과거에는 주식과 채권의 합성 포트폴리오로 편안하게 자산운용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편안한 운용은 어려워졌다고 본다”며 “과거에는 성장 국면별로 자산운용 전략을 구성했다면, 최근에는 물가 상황에 따른 자산 배분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 “국민연금기금은 투자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다변화와 국내 편중 극복을 노력해왔다. 대체투자도 경쟁 심화와 내부 인력이 미흡으로 인해 점진적 확대에 나서고 있다”면서 “그런데 대형기금으로서, 국민연금으로서 유연성을 늘리기 어려운 면이 있다. 좀 더 준비돼야 한다. 미래 투자 성과를 위해서는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우리가 감내해야 하지 않나. 우리의 자산 배분과 시장대응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과 자산 수익률과의 관계’를 주제로 연구 중인 내용을 밝혔다.
그는 연구분석 결과를 들어 “인플레이션 특성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번 인플레이션은 경기에 역행하는지 순응하는지 모호하다”며 “다만, 주식과 채권은 인플레이션 헤지에 유용하지 않을 수 있고, 원자재나 단기국채가 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물가연동채 만기를 다양화하고 인플레이션 스와프와 같은 금융상품 도입을 고려하고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고 제언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같은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려면 기관투자 역량이 중요하다. 그런데 연기금들 지배구조에 다소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전략적 자산 배분은 전문성 낮은 기금운용위원회가 아닌 기금운용본부에 위임하고, 전문적 역량 갖춘 OCIO에 위임 권한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앞선 발표에서 제시된 인플레이션 헤징에 유용한 상품들을 손쉽게 거래하기 쉽지 않다”며 “다양한 금융상품 라인업 확대·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중장년 생애 주기 금융 교육과 국민연금·금융위원회 당국 간 제도개선 협의체를 조직해 파생상품 등 운용 기준 완화 등 제도 개선을 논의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