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5%에 육박하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에선 이미 5%가 넘는 정기예금도 출시되면서 상품 갈아타기에 나서는 금융소비자들도 등장했다. 하지만 막상 고금리를 적용받기 위해선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꼼수’, ‘미끼’라는 불만과 지적도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12일) 이후 수신금리를 발빠르게 올리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는 누구나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는 대표 예·적금 상품 기준으로 금리가 연 5%에 가까워졌다.
지난 14일 기준 하나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 '하나의 정기예금'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 전후로 시장금리를 반영해 1년 만기 기준 연 4.60%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은 오는 20일부터 예·적금 등 총 29종 수신상품의 금리를 최대 0.95%p 인상해 적용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역시 별다른 우대조건 없이도 연 4.60% 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4.55%다.
우리은행의 대표상품인 '우리 WON플러스 예금'은 기본금리만으로도 1년 만기 기준 연 4.52%를 적용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대표 예금 상품인 'KB Star 정기예금' 금리는 연 4.18%다.
일부 저축은행은 이미 정기예금 금리가 5%대에 진입했다. 예가람저축은행의 비대면 'e-정기예금'은 최고 연 5.15%의 금리를 제공한다. 한국투자저축은행, 동원제일저축은행 등도 최고금리가 연 5.1%까지 올랐다.
HB저축은행은 금리 연 5.5% 상품을 출시하면서 은행 본점에는 상품에 가입하려는 인파로 대기 행렬이 줄을 잇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를 넘어서면 은행에 1억 원을 맡겼을 때 500만 원에 달하는 연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이자과세(15.4%)를 떼더라도 이자가 423만 원에 달한다. 매달 이자로 35만 원을 버는 셈이다. 예치금액이 2억 원이면 연이자는 846만 원(매월 70만5000원), 3억 원은 1269만 원(매월 105만 원)으로 늘어난다.
이에 자본시장으로 쏠렸던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다시 돌아가는 '역 머니무브' 현상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9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정기예금은 지난 한 달에만 32조5000억 원 늘었다. 2002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대 증가 폭이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정기예금 증가액은 무려 131조30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15조1000억 원)과 비교하면 8.7배 늘었다.
은행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일부 은행에서는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은행 예·적금 상품의 경우 연 7∼8% 고금리 상품까지 내놨다.
다만 이런 고금리 상품은 우대금리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미끼상품 역할만 한다는 지적이다.
하나은행의 '내집마련 더블업 적금'은 연 5.50% 금리를 주지만, 하나은행의 주택청약종합저축에 가입한 날 단 하루만 가입할 수 있어 가입 조건 자체가 까다롭다.
'우리페이 적금'은 적금 신규일부터 만기일까지 우리페이 계좌결제서비스를 200만 원 이상 사용하고 급여이체 실적을 10개월 이상 충족해야 하는데, 우리페이 가맹점 자체가 많지 않다.
국립공원공단과 함께 출시한 'NH걷고싶은 대한민국 적금'의 최고금리를 적용받으려면 설악산과 올레길 등에서 위치인증을 받고, 국립공원에서 자원봉사를 한 뒤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이벤트성으로 고금리를 주는 은행도 있다. 케이뱅크는 오는 31일까지 케이뱅크 앱을 통해 입출금통장에 신규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특별금리 룰렛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