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물 금리도 20.8bp 폭등 ‘금융위기후 최대폭’…CP91일 금리도 15bp 급등
매파적 연준위원 발언+미 고용지표 호조로 미국채 금리 급등한 것도 영향
장중 구두개입 있었으나 영향 미미…외국인은 선물 대량매도
시장기능 상실…약세 흐름 끊기 쉽지 않아
채권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레고랜드가 촉발한 신용경색 위기감이 확산하면서 사실상 시장기능을 상실한 분위기다. 국고채 30년물과 50년물 금리는 20bp 가까이 급등해 각각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데 이어, 사흘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년물 금리도 20bp 넘게 올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7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통안채 2년물가 국고채 2년물도 각각 10bp 넘게 상승했다. 부동산 PF ABCP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어음(CP)91일물 금리는 15bp 급등했고, 부동산담보대출과 이자율스왑(IRS)의 준거금리이기도 한 양도성예금증서(CD)91일물 금리도 상승폭을 키웠다.
장중 당국자들의 구두개입성 발언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대책을 검토중”이라는 발언들뿐이어서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외국인이 국채선물시장에서 매도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시장 유통기능을 상실했다고 평했다. 다음주 27일 열릴 예정인 윤석열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에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지만 웬만해선 지금의 충격을 끊어내기 어렵다고 봤다.
국고30년물과 50년물은 각각 19.3bp씩 오른 4.391%와 4.348%를 기록했다. 각각 상장이래 역대 최고치며, 사흘연속 사상최고치 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국고10년 물가채 역시 12.0bp 급등한 2.270%에 거래를 마쳤다.
CP91일물 금리는 15bp 오른 4.25%에 고시됐다. 이는 12일 25bp 급등 이후 최대 상승폭이며, 2009년 1월21일 4.3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CD91일물 금리도 5bp 상승한 3.90%에 고시됐다. 이 또한 2009년 1월7일 3.92% 이후 최고치다.
한국은행 기준금리(3.00%)와 국고3년물간 금리차는 149.5bp로 확대됐다. CD91일물과의 격차도 90bp를 기록해 2009년 1월7일 92bp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고10년물과 3년물간 금리차는 13.7bp로 벌어졌다. 시장 기대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국고10년 명목채와 물가채간 금리차이인 손익분기인플레이션(BEI)은 7.3bp 상승한 236.2bp를 보였다. 이는 6월16일 236.6bp 이후 4개월만에 최고치다.
장외채권시장에서는 외국인 매수가 이어졌다. 매도는 1364억원, 매수는 2200억원 규모였다. 다만 수출입은행채 1000억원과 산금채 200억원 매수를 제외하면 국고채와 통안채 시장에서는 매도가 좀 더 우위를 보였다.
미결제는 32만7441계약을, 거래량은 14만7575계약을 나타냈다. 원월물 미결제 26계약고 거래량 4계약을 합한 합산 회전율은 0.45회였다.
매매주체별로 보면 외국인은 1만1928계약을 순매도해 6거래일만에 매도전환했다. 이는 8월31일 1만2495계약 순매도 이후 2개월만에 일별 최대 순매도 기록이다. 반면, 개인은 6511계약을 쓸어 담았다. 금융투자는 2208계약을, 은행은 1897계약을 각각 순매수했다.
12월만기 10년 국채선물은 전일보다 148틱(원빅48틱) 폭락한 102.89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엔 투빅 가깝게 떨어지며 102.40을 기록하기도 했었다. 장중 고점은 104.08이었다.
장중변동폭은 168틱에 달했다. 이는 12일(213틱) 이래 가장 큰 폭이다.
미결제는 13만2793계약을, 거래량은 7만1701계약을 나타냈다. 원월물 미결제 13계약과 거래량 5계약을 합한 합산 회전율은 0.54회였다.
매매주체별로 보면 은행은 2509계약을, 외국인은 994계약을 각각 순매도했다. 반면, 금융투자는 2461계약 순매수로 대응했다.
현선물 이론가의 경우 3선은 고평 1틱을, 10선은 고평 11틱을 각각 기록했다. 3선과 10선간 스프레드 거래를 보면 금융투자는 매수 5계약 매도 7계약을, 개인은 매수 7계약 매도 5계약을 보였다. 근월물과 원월물간 롤오버의 경우 3선에선 없었고, 10선에선 금융투자와 개인이 각각 4계약씩을 기록했다.
이어 “시장은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당국 개입을 기대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등 여타국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시장은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에 있을 대통령 생방송 회의에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는 있으나, 이미 시장이 상당히 충격을 받아 약세흐름을 끊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채권시장 딜러는 “최근 신용시장 대책에 연동하면서 대외금리를 반영하지 못했는데 오늘 한번에 반영하는 느낌이었다. 내내 매수하던 외국인도 매도로 돌아섰다. 하루 약세폭은 상당하지만 최근 대외금리가 오른 것을 감안하면 비슷한 수준의 조정을 보였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 “3년물이 다시 4.5%를 찍었다. 한은이 비교적 명확한 메시지로 기준금리 상단을 3.5%를 언급한 만큼 관련 레벨 지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며 “신용이슈가 계속 불안하지만 국고채나 국채선물 시장은 다소 별개로 움직일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미국이 물가 때문에 다소 과도한 수준까지 긴축으로 가는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는 이미 금융불안 증세가 나타나고 있어 통화정책이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을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미국은 고정금리 한국은 변동금리 위주 대출이란 점도 앞으로 어떻게 작용할지 봐야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