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 지적도 문제없을 듯
한수원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
박수영 의원 "최선의 노력 다해야"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공사가 미국 웨스팅하우스로부터 피소를 당한 가운데 한수원이 APR1400 한국형 원자로의 해외 특허를 300여 개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웨스팅하우스가 APR1400의 기술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과거와 달리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했기에 큰 걸림돌은 없을 전망이다.
25일 본지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한수원의 'APR1400 한국형 원자로 수출 관련 해외 특허 현황'에 따르면 한수원은 원자력 발전소 피동 보조급수계통의 총수장치 등 293건의 해외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1일(미국시각) 한수원과 한전은 웨스팅하우스로부터 피소를 당했다.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의 일부 기술이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사용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당시 시스템80 등 APR1400의 일부 기술을 웨스팅하우스로부터 빌려 쓴 적이 있다. 웨스팅하우스가 이번에 피소를 한 것도 APR1400이 자신들의 기술을 쓴다는 주장이다.
웨스팅하우스가 피소를 한 결정적인 이유는 폴란드 원전 수출 과정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보인다. 한수원이 최근 폴란드 민간 에너지기업인 제팍(ZEPAK)과 원전 수주 관련 의향서(LOI) 체결을 앞두는 등 수주전에서 앞서가자 제동을 건 것이다.
S&P글로벌도 보고서를 통해 "폴란드가 한수원과 원전 예비계약서 서명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웨스팅하우스가 이러한 소송을 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각에선 폴란드 원전 수출의 주인공이 웨스팅하우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한수원은 자체적인 기술을 293건이나 보유했기에 향후 원전 수출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미국에만 105건의 특허를 제출했고, 밸브, 계통, 제어봉, 냉각 시스템, 강판, 출구 노즐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특히 웨스팅하우스가 폴란드 정부와 민간사업을 통틀어 8개에 달하는 원전 사업을 전부 소화할 수 없기에 한수원의 수출이 무산될 일은 없어 보인다. 한국형 원전이 비용도 저렴하고 안전성도 보장된 상태에서 폴란드가 웨스팅하우스 원전만 선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폴란드 원전 수출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만큼, 정부와 한전, 한수원은 총력을 기울이는 상태다. 특히 폴란드는 방산 수출까지 엮여 있는 주요국 중 하나다.
윤석열 정부는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수출한다고 내세웠다. 또 웨스팅하우스의 소송으로 원전 수출에 제동이 걸린다면 향후 수출도 어려워지기에 최대한 수주를 따내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한전과 한수원은 최대한 분쟁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 중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6월 공동진출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경쟁과 동시에 협력 대상이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한전과 한수원은 원전 수출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의 대응을 모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박수영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지난 8월 13년 만에 대규모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며 "대표적 인내 자본인 대한민국의 원전 기술이 세계에 제대로 인정받기 위해 한수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