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세에 몰리고 있다.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아는지를 두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강하게 반박하면서다. 이 대표 재판 역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대표 변호인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제출한 기록은 1만 쪽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록이 방대해 18일에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 공소사실에 구체적인 의견은 밝히지 않았다. 다음 달 22일에 열리는 2차 공판준비기일에 항목별 반박 논거를 제시할 예정이다.
앞서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2월 22일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자인 김 전 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처장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전 대표 측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기 때문.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김문기를 몰라? 나랑 셋이 호주에서 같이 골프치고 카트도 같이 타고 다녔다"고 언급했다. 이 대표가 뉴질랜드에서 탄 요트 비용도 자신이 결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데다, 이 대표와 김 전 처장, 유 전 본부장이 같이 찍은 사진도 증거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검찰 역시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 전 처장으로부터 대면보고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의 입은 향후 이 대표 '선거법 위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사건 공판 휴정 시간에 취재진과 만나 "나와 보니까 깨달은 것이 많았다. 진짜 형들인 줄 생각했다"며 "'의리'하면 또 장비(본인) 아니겠나. 그렇게 생각했는데 '내가 그럴 아무런 이유가 없었구나'라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간 이 대표를 비롯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주변인을 보호하기 위해 침묵했지만 이젠 할 말을 하겠다는 취지다.
법조계는 '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대표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각종 증거와 진술을 두고 주장과 반론이 오가며 진실게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을 증인으로 신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형사전문 변호사는 "검찰 공소사실과 부합한 발언과 증거가 나오고 있는 만큼 재판부도 내용을 살펴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 측에서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서 유동규 전 본부장이 법정에서 관련 내용을 진술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어떤 말이 나오느냐에 따라 재판이 크게 요동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