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상한, 만 14세 미만 → 만 13세 미만 하향
#. 2018년 2월 한 여중생이 촉법소년인 A 군 등 2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2015년 6월에는 13세 촉법 소년이 특별한 이유 없이 흉기로 지나가던 행인의 등과 복부를 찌르는 살인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성폭력과 살인미수 등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피한 촉법소년의 실제 사례다. 이들은 소년법에 따라 소년원 송치와 보호관찰 등의 처분을 받을 뿐이다.
#. 지난 7월 전과 18범임에도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받지 않던 한 소년이 파출소를 찾아가 막대를 휘두르는 등 난동을 부렸다. 지난 8월 중학생 B군은 "나 촉법소년이니까 때려보라"고 조롱하며 편의점 점주를 때려 8주 중상을 입히고 다시 편의점을 찾아가 CCTV 삭제를 요구하며 점원을 폭행했다.
이처럼 촉법소년 범죄가 갈수록 증가하고 범행 수법 또한 흉포화하는데다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까지 빈발하면서 정부가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한 살 낮추기로 했다.
법무부는 26일 올해 하반기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태스크포스(TF)’ 활동 결과를 토대로 ‘소년범죄 종합대책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춰 형사처벌 대상을 늘리는 내용이 핵심이다. 최근 촉법소년의 강력범죄가 늘며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소년인구는 감소 추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촉법소년 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7년 7897건에서 지난해 1만2502건으로 늘어났다. 촉법소년에 의한 강력범죄도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살인죄(미수 포함)를 범한 촉법소년은 10명이다.
소년 강력범죄 비율이 지속적으로 최근 1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10년간 14~18세 범죄소년에 의한 강력범죄가 매년 2500~3700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년 마약사범도 2017년 68명에서 2021년 271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소년범죄 중 강력범죄의 비율은 2015년 평균 2.3% 수준이었지만 최근 4.86%에 이르렀고 특히 소년 강력범죄 중 성범죄 비율이 2000년 36.3%에서 2020년 86.2%로 치솟았다.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미성년자 전과자 양산 △정신적 미성숙에 따른 형사책임 부존재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4세로 유지하라는 취지의 국제인권기준 권고 위배 등 이유에서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날 자료를 내고 법무부 방침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인권위는 “소년범죄의 예방과 재범방지를 위해 소년비행 원인의 복잡성·다양성과에 대한 이해와 아동의 발달 특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며 “아동사법제도의 각 단계에서 문제점을 분석해 소년범죄에 통합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사회적 측면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무조건 연령을 하향해서 처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소년범을 교화하겠다는 측면으로 봐달라”며 “소년들의 강력범죄가 매년 몇 건 발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전체 소년 인구가 줄고 있지만 강력범죄 늘어나는 부분을 봐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직접 브리핑에 나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소년법상 법원은 기소된 소년에게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할 수 있고 법관은 얼마든지 사건을 소년부로 보낼 수 있다”며 “검찰과 법원이라는 준사법기관에 의해 이중점검을 하고 신중하게 형사처벌을 결정하기 때문에 전과자 양산 우려는 안 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책과 관련해 법무부는 개선책에 주안점을 뒀다. 단순히 기계적으로 연령을 하향하는 것보다 범죄 예방과 재범 방지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다.
우선 소년원 생활실을 소규모화하고 급식비 인상, 의료처우를 개선한다. 현재 10~15명 규모의 대형 혼거실을 수용정원 4명 이하로 전환하고, 소년원생 1인당 급식비 1일 6554원을 아동복지시설 수준인 8139원으로 인상한다. 한 장관은 “과거에 잘못을 저질렀다고 할지라도 성장기에는 밥을 내실 있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며 “급식비를 아동복지시설 수준으로 인상할 수 있도록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수도권에 학과교육 중심 소년전담 교정시설을 운영한다. 유일한 소년구금시설인 김천소년교도소는 1981년 준공돼 노후화 상태이며 수도권과 떨어져 있어 보호자나 자원봉사자와의 원활한 교류 곤란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법무부는 수도권에 교화에 특화된 교육 환경을 갖춘 소년전담 교정시설 운영, 김천소년교도소 리모델링을 통한 학과교육(수도권, 17세 이하)과 직업훈련(김천소년, 18세 이상) 분리 등 학과교육을 개선한다.
교정시설은 지역 혐오시설로 분류된다. 한 장관은 “소년전담시설을 새롭게 신설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교정 시설 내부를 조정해서 성인교정시설 내부를 활용하는 것”이라며 “지역주민들에게 부담 드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치소 내 성인범과 소년범의 혼거수용 역시 많은 지적을 받아 왔다. 법무부는 형집행법에 구치소 내 성인과 소년 분리 규정을 신설해 구치소 수용 단계에서도 성인범‧소년범 간 거실 등 생활공간을 철저히 분리해 범죄 학습기회 차단 등 소년보호 강화한다.
우리나라의 직원 1인당 소년 보호관찰 대상은 47.3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37.6명에 못미친다. 법무부는 이들에 대한 보호관찰을 위해 소년 보호관찰 전담 인력 증원을 추진한다.
소년원과 소년교도소의 교육과 교정도 강화한다. 한 장관은 “지금까지 성인범 관점에서 소년범 격리‧교화 문제에 접근한 면이 있다”며 “소년이 교육받아야 할 대한민국 학생이란 점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년원에서 교육성적이 양호한 소년은 임시퇴원과 함께 보호관찰 부과가 가능했으나 교육성적이 불량한 소년은 퇴원 이후 관리가 곤란했다. 이에 교육부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에 소년원이 포함되게끔 했고 교육 콘텐츠 등 교육부와 협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소년 수형자가 필수적으로 검정고시 과정을 수강하도록 조치했고 대학준비반과 방송통신대학교반 신설 등을 통해 대학학과 과정도 신설했다.
재범 방지를 위해 출소 후 직업훈련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성인범 중심의 법무보호공단 취업지원 사업을 소년범으로 확대하고 청소년창업비전센터 교육 다양화 등 자립지원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