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숫자 제시한 적 없어, 정상화 민간에서 노력해야”
증권업계 “금융위가 하라는데 안 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26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증권사 CFO 간담회를 열고 증권사 유동성 지원프로그램 및 시중 유동성 상황 점검과 관련해 논의했다. 한국증권금융(이하 증금), 산업은행 등의 증권사 유동성 지원프로그램을 각각 ‘3조 원+α’, ‘2조 원+α’로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24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이하 비상거금회의)’에서 마련안 지원책을 집행하는 것이다.
잡음은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제2 채안펀드’ 조성하는 방안을 논의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시작됐다. 비상거금회의가 열렸던 날 금융투자협회는 주요 증권사들을 소집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유동성 위기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회사별로 500억~1500억 원을 분담해 최대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하자는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형사를 지원하자는 취지였다. 26일 오후에 열린 금융위 주재 CFO 간담회 앞서 오전에 금투협 주재로 ‘제2 채안펀드’ 관련 회의가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시장에서는 금융위에서 증권사들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 나왔다. 대형 증권사들은 최근 시장 상황이 불확실해지면서 경영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지원금을 별도로 내는 것은 어려운 상황인데 금융위 메시지를 묵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금투협에서 (증권사들에 자금) 요청을 했다기보다는 금융위에서 자구적인 노력을 하라고 하니까 그런 분위기가 되는 것 같다”며 “하라고 하면 해야되는 부분이라서 아마 예전처럼 증권사 규모별로 어느 정도 출자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B증권사 관계자 역시 “당국은 (자금 지원 등) 그런 내용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금투협회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한다”며 “대형사들이 각출해서 펀드를 조성해 당국이나 정부가 하기엔 시간도 좀 걸리니 민간에서 일정 부분 지원을 해줘야되지 않느냐는 취지로 이야기 한거로 판단된다. 협회에서 나서서 그랬을리가 없다”고 했다.
이에 금융위 측은 펀드 조성과 관련해 구체적인 요청을 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CFO 간담회 직후 이수영 자본시장과장은 기자들과 만나 “정상적인 ABCP, 정상적인 CP까지 던지면 정부가 다 못 받는다”며 “정상적인 것은 업권 내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를 지난 일요일에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개별적인 견해가 다를 수 있다 ‘왜 금융사에 떠넘기냐’고 보시는 분들도, ‘그걸 왜 정부가 50%를 지원해주냐’ 여러 가지 견해가 있는데 저희 목표는 금융시장 안정이라 이런 시장 심리를 반전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걸 하기 위해서는 50조 원만 가지고는 안 되고 금융사들이 정상적인 거래는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게 금융위 공식적인 입장이니까 그런걸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형 증권사들이 2020년 3월 ELS 마지콜 사태를 언급하며 시장 자구책 마련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마진콜 때 지원 받은 곳은 ELS를 많이 판 대형증권사”라며 “그 때는 한국은행 지원까지 받았는데 지금 중소형사 지원 방안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