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범죄 대응 네트워크’도 가동
국정원‧산업부‧중기부‧특허청‧관세청서
전경련‧산업기술보호협까지 民‧官 공조
대검찰청은 과학수사부(사이버수사과) 내에 ‘기술유출범죄 수사지원센터’를 설치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를 위해 대검은 종래 반부패‧강력부에서 담당하던 ‘기술유출’ 범죄 수사지휘를, 전문 과학수사지원 인력을 보유한 과학수사부로 이전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 대전지검 특허범죄조사부 등 전문 수사부서에서 변리사 출신 검사, 특허자문관 등 전문인력을 바탕으로 ‘기술유출’ 범죄 수사를 강화하고, 범죄수익환수 등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기술유출’ 범죄는 치밀성‧은밀성으로 암수범죄가 많다. 증거확보와 피해액 산정 등 양형자료 수집에 어려움이 있으며, 기소 이후 실제 법원에서 선고되는 형량이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앞으로 대검은 ‘기술유출범죄 수사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지휘 및 지원, 첩보분석, 유관기관과의 협력 등을 적극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대검 과학수사부는 국가정보원‧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관세청 등 정부기관,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등 민간기구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 ‘기술유출범죄 대응 네트워크’를 가동하기로 뜻을 함께 했다.
이 같은 네트워크를 통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신속하고 체계적인 대응은 물론, 민간기구와의 소통창구 개설로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현실을 반영한 검찰권 행사가 되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기술유출 범죄 수사지휘를 맡게 된 대검 과학수사부의 정진우 부장(검사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대응 방안’ 브리핑을 열고 “기술유출 범죄는 국가안보와 국가경쟁력, 기업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장기간의 대규모 투자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그 피해 회복이 어려워 강력한 처벌과 경제적 이익 박탈을 통해 사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이성범 부장검사)는 국내 반도체 관련 산업기술 등의 국외 유출 사건 2건을 수사해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한 연구원 등 7명을 구속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초순수시스템 등 반도체 관련 첨단 산업기술 불법취득 및 국외유출 사건 수사결과, 삼성엔지니어링 연구원들은 퇴사한 후 새 법인을 설립하고 삼성엔지니어링의 전‧현직 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 등을 통해 첨단기술 자료를 중국 기업에 유출해 그 대가로 700억 원이 넘는 이익을 취득한 반면 삼성엔지니어링에는 최소 2100억 원대에 달하는 손해가 발생했다.
같은 날 첨단산업보호 중점검찰청인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박진성 부장검사)는 ‘친환경 석탄분진 저감 원천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한 결과 A사 직원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기술유출 범행에 가담한 B사 전 대표이사 등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누설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사법처리 대상자는 총 4명으로 구속 기소 1명, 불구속 기소 3명이다.
수원지검은 친환경 석탄분진 저감기술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D사의 기술자료가 경쟁업체인 B사에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화력발전소 옥내저탄장(실내 석탄저장소) 시공사 A사 직원(시공관리 실무자)이 B사가 분진저감설비 공사를 수주하도록 도와주는 대가로 1억8700만 원을 수수한 사실을 밝혀냈다.
향후 검찰은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신속‧엄정한 수사, 죄에 상응하는 처벌, 범죄수익에 대한 철저한 환수, 양형기준 상향을 위한 양형위원회 설득, 전문인력 양성 등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부장은 아울러 “기업의 존속에 심각한 위협을 가져오는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기술탈취에 대해서도 신속한 수사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관련 제도 개선에 유관기관과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검찰은 선박을 건조하는 대기업이 원가 절감을 위해 선박용 엔진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피해회사)에 정당한 사유 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고 이를 다른 협력업체에 건네주며 피해회사에 단가인하 압력을 행사하고, 결국 거래처를 다른 협력업체로 변경한 이른바 대기업 갑질 사건을 수사해 법인인 대기업 등 4명을 기소했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박일경ㆍ이수진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