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수출로 인한 일시적 무역수지 개선 주효
3분기 개인 소비 지출 1.4% 증가...증가폭은 둔화
미국이 올해 첫 분기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발 더 나아가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성장 폭이다. 하지만 다른 세부 지표들이 경기 둔화를 시사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올해 3분기 GDP가 전기 대비 2.6%(연울)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WSJ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3%)를 웃도는 결과다. 플러스 성장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각각 -1.6%, 0.6%를 기록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번 3분기 플러스 성장률 전환은 기술적 침체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시장의 우려는 여전히 크다. 3분기 경제 성장이 에너지 수출 호조로 인한 일시적 무역 수지 개선에 기댄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미국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크게 늘어났다. 상무부에 따르면 3분기 수출은 14.4% 증가했지만 수입은 6.9% 감소했다.
반면 세부 지표는 다소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개인과 기업 지출은 기준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여파에 둔화세를 나타냈다. 3분기 소비자지출은 1.4% 증가해 2분기 증가 폭(2.0%)을 밑돌았다. 근본적 수요를 측정하는 국내 구매자 실질 최종판매는 3분기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증가폭은 1분기 2.1%, 2분기 0.5%로 갈수록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부동산에 대한 지출을 크게 줄였는데, 특히 주거용 투자의 경우 연간 기준 26.4% 감소했다.
기업들의 실적에도 경기 침체 그림자가 짙다. 중고차 소매업체인 카맥스는 3분기 매출이 50% 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과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도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시장의 기대를 밑도는 3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는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12개월 새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리처드 무디 리전스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의 전반적인 상태가 악화하고 있으며, 그중 많은 부분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더 높은 금리 영향이 서서히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향후 GDP 성장률 기대치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다 해도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 부양책에 섣불리 나서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어느 정도로 받쳐주느냐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고물가와 고금리에도 소비가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실질적인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지만, 과거 경기 침체 국면과 비교하면 현재 2조~3조 달러의 저축액 등으로 미국 가계가 상대적으로 건전한 편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