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연 금융부 기자
처음 플랫폼 규제안이 발표됐을 땐 시장에서는 '놀랍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예상보다 규제 완화 정도가 컸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플랫폼에서 광고 형태로만 가능했는데, 비교에서 추천까지 가능해진 건 허용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당시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던 규제 혁신에 발맞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전혀 다른 얘기가 흘러나온다. '카카오 사태'로 플랫폼 업체들의 소비자보호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신중론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주에는 확정될 것으로 예상했던 규제안은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일각에서는 플랫폼에서 취급되는 보험상품 중 자동차보험도 제외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금융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일단 부인한 상태지만,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사태 이후 플랫폼 기업들의 소비자보호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의아한 일이다. 이제 와서 정책을 수정한다는 건 '소비자 편익'을 우선했다며 발표했던 것들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책 기조가 이렇게 쉽게 바뀔 수 있나'하는 의문도 든다. 발표 당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해관계자를 모두 고려한 가장 합리적인 안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물론 카카오 사태로 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생겨난 건 사실이다. 소비자보호 측면도 다시 살펴봐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대내외 요인으로 정책 기조가 너무 쉽게 흔들리고 있다. 일관성 없는 정책은 시장 혼란을 더욱 부추긴다. 실패 없는 정책을 위해서는 시기보단 올바른 방향성이 중요하다. 금융당국은 충분히 고심하고, 소비자 편익을 위한 줏대 있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