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콜 시장 규제 완화는 빠져
코로나19 초기 국내 증시가 급락하자, 정부는 증권금융 대출을 비롯해 한국은행 환매조건부채권(RP) 매수와 콜 시장 규제 완화를 카드로 꺼내 들었다. 레고랜드 사태로 2년 만에 다시 단기 자금 시장이 경색되자 정부는 증권사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전과 같은 대책을 내놨지만, 콜 시장 규제 완화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31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 콜 시장 규제는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앞서 2020년 코로나19 초기 당시 코스피가 1400포인트(p)대까지 주저앉는 등 금융 시장에 빨간 불이 켜지자.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어음(CP) 등 단기 자금 시장 안정 지원을 위해 △증권금융 자체 재원, 투자자 예탁금을 활용한 대출 2조5000억 원 규모 △한국은행의 2조5000억 원 규모의 RP 매수 △콜 시장 규제 완화 등이 골자다.
지난달 강원도가 강원도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한 회생신청 계획을 발표하면서 채권 시장이 흔들리자 금융위는 2년 전과 대동소이한 대책을 내놨다. 이번에도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증권사에 유동성을 지원했다.
2020년에는 자체 재원과 투자자 예탁금을 활용했지만 이번에는 RP, 증권담보대출이었다. 규모는 당시보다 5000억 원 늘린 3억 원이다. 특히 PR에 AA등급 이상의 회사채를 신규 허용했으며, 증담대엔 AA등급 이상의 회사채는 물론 A1 이상의 CP, ABCP(예금형) 등도 허용됐다. 이달 27일 한은도 RP 매매 대상 기관에 대해 6조 원 규모의 RP 매입을 실시했다. 시장 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2년 전보다 3조5000억 원 증가한 규모다.
여기까진 코로나19 대책과 비슷하지만, 콜 시장 규제 완화는 시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20년 금융위는 증권사의 콜 차입 규모를 기존 15%에서 30%까지 늘렸다. 콜 차입이란 증권사가 금융사 간 초단기 자금 시장(콜시장)에서 담보다 보증 없이 신용만으로 자금을 끌어오는 것이다. 또 자산운용사의 콜론 한도도 2%에서 4%로 올렸다. 콜론은 자산운용사가 콜 시장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뜻한다.
당시 금융위가 콜 규제를 완화한 이유는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 사태 때문이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하면서 해외 거래소가 국내 증권사에 더 많은 증거금을 요구했다. 이때 증권사들은 마진콜(추가 증거금 납입 통지)에 대응하기 위해 채권, CP 등을 찍었고, 일부 증권사가 흑자 도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근 중국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확정하면서 홍콩 증시의 하락세를 부채질하자 제2 ELS 마진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년 전 9000p대에서 머물던 홍콩H지수는 지난 28일 5029.98에 거래를 마감했다. 대부분의 홍콩H지수 ELS는 5000~6000p를 원금 손실 구간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콜 시장까진 손대지 않는 점을 미뤄봤을 때 현재 상황을 제2의 마진콜 사태로는 보지 않는 모양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파생결합증권 운용 관련 리스크를 점검하겠다”며 “헤지 운용 손실, 마진콜 확대 위험을 점검해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