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휴업, 현장 방문 등 애도 분위기
주민들 “마음 아파…다신 못 찾을 것”
‘이태원 참사’ 발생 다음 날인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는 비통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일부 상점들은 이번 참사에 애도를 표하며 문을 열지 않았고,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은 사고 현장 맞은편 골목에서 사고 수습 현장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인근 현장은 경찰의 통제와 함께 삼엄한 분위기가 풍겼다. 6호선 이태원역부터 녹사평역은 일반 차량의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날 오전 “오전 9시 기준, 사망자는 151명으로 중상자 가운데 사망자가 나와 2명이 더 증가했다”는 소방당국의 사고 상황 브리핑을 들은 시민들은 큰 슬픔에 잠긴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현장에 방문한 이성열(가명ㆍ55세) 씨는 “이태원 근처에서 사는 주민”이라고 밝히며 “어제는 일대에 나오지 않았지만 아침에 성당에 갔다가 안타까운 사고 소식 듣고 애도하는 마음으로 찾아왔다”고 말했다.
12년째 이태원에 거주 중인 한 외국인은 “어제도 여기에 있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여자친구랑 약속을 잡고 만나기로 했지만 바로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했다.
이태원 일대 상점들은 임시 휴업 안내판을 내걸었다. 6호선 이태원역 4번 출구에 있는 한 카페는 “안타까운 참사로 돌아가신 분들을 애도하며 오늘 하루 휴업한다”는 안내문을 출입문에 붙였다.
한식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어제 사람이 많은 건 알았는데 사고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며 “오늘 주말이라 장사하러 나오긴 했는데 마음은 너무 안 좋다”고 전했다.
현재 사고 현장에는 신발ㆍ소지품 등 각종 유류품이 남아있는 상태다. 경찰은 사상자들의 유류품 등을 수색하기 위해 사고 현장에 들어가기도 했다. 현장 바닥에는 각종 물병, 담뱃갑 등 각종 쓰레기와 함께 파티용품도 눈에 띄었다.
골목길을 바라보고 있던 이슬기(25) 씨는 “핼러윈 행사라는 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긴 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 된 점도 있다”며 “사상자들이 너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전날(29일) 참사가 발생한 골목을 향하다 황급히 발길을 돌린 주민도 있었다.
4년째 녹사평역 주변에 거주 중인 이모 씨(32)는 이날 “어제 사고가 난 시간에 사고 골목 맞은편 쪽에 있었다”며 “매년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는데 어제는 호흡 곤란을 경험할 정도로 사람이 많아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전날 현장을 찾았던 방문객과 주민들은 녹사평역과 이태원역 사이에 차량과 인파들이 한 데 섞여 발 디딜 틈 없이 긴박했던 현장 분위기를 회상했다.
이 씨는 “처음에 구급차가 왔을 땐 불이 난 줄 알았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고가 발생한 줄도 몰랐다”며 “당시 사고 현장 맞은편에서 노래를 틀고 춤을 추던 사람들도 많았는데 현장에서는 구급차를 보고 단순 화재 정도로 생각했거나 전혀 사고 상황을 알 수가 없어 그런 것으로 같다”고 덧붙였다.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던 김모 씨(25)는 “녹사평역 아래 경리단길 쪽은 밤 10시만 넘어도 사람이 없는데 어제는 경리단길 가게에도 사람들이 꽉 찰 정도로 넘쳐났다”면서 “이태원 중심으로 향하던 중 지하철에서 공황장애를 겪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 따릉이를 타고 곧장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설명했다.
수년간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경험해 온 주민들은 이젠 예전과 같이 축제를 즐기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주민 한모 씨(30)는 “주변 지인으로부터 괜찮냐는 연락을 계속 받고 있다. 부모님과 새벽 2시까지 통화도 했다”며 “사실 2017년, 2018년, 2019년 이태원에서 핼러윈 파티가 열릴 때마다 매번 이렇게 사람이 많았다. 1시간 동안 인파에 갇혀 있었던 적도 있다. 그동안 안전사고가 안 난 게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씨는 “가까운 곳에서 이런 큰 사고가 발생해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앞으로는 핼러윈 등 이벤트 날 이태원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