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내년 투자 50% 이상 감축
글로벌 자동차 산업 수요도 정점 눈앞
'기업 투자 축소→고용시장 위축' 수순
글로벌 경기 침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가 지속하는 가운데 주요 기업의 4분기 및 내년 실적에 불확실성이 커졌다.
여기에 잇따른 금리 인상과 채권 시장의 경색 국면이 포개지면서 투자 및 고용 축소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사실상 낮은 수준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재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8조7682억 원 수준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같은 기간(13조8700억 원) 대비 36.8% 감소한 규모다. ‘어닝 쇼크’로 기록된 3분기(10조8520억 원)보다도 무려 19.2%나 적다.
삼성전자 역시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4분기에도 글로벌 IT 수요 부진과 메모리 시황 약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적자 전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4분기에 적자로 돌아서면 분기 기준으로 영업손실 150억 원을 기록했던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손실이다.
한동안 코로나 특수를 누렸던 전자ㆍIT 산업이 올해 3분기 ‘어닝쇼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침체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견해가 속속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산업 수요가 늘어났으나 미국을 중심으로 이미 수요가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언제일지 속단하기 어렵지만, 생산과잉이 부메랑처럼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계 주요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줄이는 본격적인 긴축에 나섰다. 사실상 낮은 수준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이 시점에서 나온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노종원 사장은 3분기 컨콜을 통해 “금융위기였던 2008∼2009년의 업계 설비투자 절감률에 버금가는 상당한 수준의 투자 축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LG디스플레이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LCD TV의 국내 생산 종료 시점을 애초 계획보다 최대 1년까지 앞당기기로 했다. 삼성전기도 내년 투자가 올해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공언한 상태다.
기업의 이런 투자 축소는 곧 고용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 이니셔티브(SGI)는 이날 ‘최근 노동시장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를 통해 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고용탄성치가 내년에는 급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용탄성치란 취업자 증가율을 경제성장률로 나눈 값이다. 고용탄성치가 높을수록 경제 성장과 비교해 취업자 수가 많이 늘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8월 전망치를 기준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2.6%, 취업자 증가율은 2.7%가 예상된다. 이를 토대로 계산한 고용탄성치는 1.04다. 취업자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63년 이후 가장 높다.
반면 내년에는 취업 증가율이 0.5%에 머무르며 고용탄성치 역시 0.24까지 급락할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내년에는 수익성 악화, 자금시장 경색 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며 “인적 구조 조정할 가능성이 커 구직자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