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보건교육 17시간' 고시… 2009년 최소 교육시간 사라져
이태원 참사로 10대 사망자가 다수 나오면서 학교 안전교육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08년 이미 교육부가 심폐소생술, 안전교육 등의 최소 교육시간을 ‘의무화’ 했다가 1년만에 관련 기준이 삭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벌어진 ‘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학교에서 어릴 때부터 심폐소생술(CPR)은 물론, 다양한 상황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의 경우 보건 교과가 따로 없고, 중·고교는 선택과목으로 돼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보건 교육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이뤄지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애 초등보건교육여건개선대책위원회장은 “보건교육과정에는 재난 및 각종 사고에 대비한 안전교육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이같이 ‘선택과목’인 탓에 이를 채택해 가르치는 학교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는 총론 고시를 통해 초등학교 5∼6학년은 1년에 17시간 이상, 중·고등학교는 1개 학년에서 재량활동 시간을 활용해 연간 17시간 이상 교육을 하도록 했다. 교육내용으로는 ‘응급처치 및 심폐소생술’, ‘안전교육’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후 교육부는 2009년 다시 총론을 개정해 ‘기존의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통합하여 창의적 체험활동을 신설한다‘고 명시했다. 기존에 2008년 고시를 통해 적시됐던 최소 교육 시간 기준이 삭제된 것이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1년에 17시간 의무화한다는 시간 기준이 삭제된 것이 아니라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수정ㆍ보완돼 이어져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교육은) 초·중등학교의 다양한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은 “국어와 영어, 수학 수업을 중시하는 많은 학교에서 보건과목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필수 수업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교과서조차 구매하지 않고 있다”며 “안전교육은 범 교과학습의 한 주제이기도 하지만 이 역시 각종 보충 수업으로 포화상태인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배정되면서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태원 참사 등으로 학교 보건현장에서는 세부적으로 안전교육 내용을 보다 체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시행령인 교육과정 고시보다 상위법인 학교보건법에서 보건교육을 의무화했으므로 보건교육과정을 필수과목으로 해야 법 취지에 맞다”면서“ 현재 초등 보건 과목은 비교과인 창의체험활동 시간을 이용해 임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학교 안전교육 지침에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같은 ‘인파 밀집 사고’ 대처 요령이 포함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올해 ‘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 개정을 담당하는 집필진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내용 보강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