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쿠첸이 설상가상으로 하도급업체(납품사)의 기술자료 탈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기 부진과 내수 포화 등으로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이번 혐의로 기업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쿠첸 법인과 제조사업부 팀장 A씨 등 직원 2명을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쿠첸은 2018년 3월부터 2019년 1월까지 3차례에 걸쳐 하도급업체 B사의 인쇄회로기판 조립체 관련 기술자료를 경쟁 업체에 무단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사가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거래처를 바꾸기 위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쿠첸과 B사 간 거래는 지난 2019년 종료됐다. 사건을 조사한 공정거래위원회는 쿠첸에 과징금 9억2200만 원을 부과하고, 직원 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쿠첸 관계자는 "기소사실을 기사를 보고 파악해 어떤 상황인지 살피는 등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입장표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쿠첸은 쿠쿠와 함께 국내 밥솥 제조의 양대산맥으로 불리지만 지난 몇 년간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2016년 2726억 원을 기록한 연매출은 △2017년 2376억 원 △2018년 2233억 원 △2019년 2091억 원 △2020년 1852억 원 △2021년 1633억 원으로 매년 감소세다. 이 기간 중 2016년과 2018년을 제외하면 모두 적자다.
쿠첸의 실적 악화는 혼인률 감소와 1인 가구 증가 등 가구형태 급변화와 같은 사회적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데에 있다. 여기다 다른 소형가전 업체들이 제품군을 확대하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선 것과 달리 쿠첸은 밥솥과 전기레인지 외에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쿠첸은 지난 8월 제2의 도약을 선언했다. 연면적 2만3801㎡(7200평) 규모의 공장을 신축해 이전하고, BI(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슬로건을 새롭게 선보였다. 오는 2025년까지 매출 5000억 원, 영업이익률 5%를 달성한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그러나 단가 인상을 요구하는 하도급 업체와 거래를 끊기 위해 해당 업체 기술자료를 경쟁사에 넘긴 혐의로 직원 2명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