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중고에…한은 금통위 깊어지는 고민 ‘빅스텝? 베이비스텝?’

입력 2022-11-03 13:27수정 2022-11-03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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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에 한미 금리차 100bp
자본유출입 지표인 차익거래유인은 이미 마이너스로 유출에 무게
고물가·고환율·저성장·레고랜드발위기·부채위협까지 겹쳐

미국 연준(Fed)이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75bp 금리인상, 1bp=0.01%p)을 단행함에 따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렇잖아도 고물가와 고환율, 저성장, 레고랜드발 자본시장위기, 영끌(영혼까지 끌어 투자)로 인한 부채위협이라는 상반된 위기에 직면하면서 통화정책을 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 현실화한 자본유출 우려 = 연준 금리인상에 한국과 미국간 금리 역전폭은 100bp까지 벌어지게 됐다. 이는 2019년 7월(-100bp) 이후 3년4개월만에 가장 큰 역전폭이다.

(한국은행, 연준)
문제는 연준이 12월에도 금리를 50bp 이상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최종금리 수준이 높아졌다고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씨티는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을 기존 5.0~5.25%에서 5.25~5.5%로 높여 전망했다.

당장,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인 11월에 한은 금통위가 빅스텝(50bp 인상)을 한다해도 100bp 이상 역전폭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은은 100~125bp 금리역전을 자본유출의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중이다.

반면, 실제 자본유출입을 가늠할 수 있는 차익거래유인은 2일 기준 마이너스(-)6bp를 기록 중이다.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지난달 25일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전달 28일엔 -15bp까지 역전폭이 확대되면서 연준이 제로금리를 끝내고 금리인상을 시작(2015년 12월)한 이후인 2016년 3월10일(-14bp) 기록을 깼다. 이는 3개월물을 기준으로 통화안정증권과 라이보(LIBOR)간 금리차이인 내외금리차에서 스왑레이트를 뺀 것으로 이 값이 마이너스면 차익거래 유인이 없어 자본유출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연준의 결정은 정책결정문과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많이 달랐다. 대내외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연준 자이언트스텝에) 한은도 금리인상으로 가는 방향은 맞지만 정책결정이 좀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 1대1로 따라갈 수도 없다 = 이창용 한은 총재는 취임후 “연준으로부터는 독립적이지 않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맏형인 연준의 통화정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백한 셈이다.

그렇다고 뱁새가 황새를 따라갈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한미 기준금리차가) 너무 과도하게 벌어지는 것은 위험이 커지니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일대일로 기계적으로 따라가는 건 절대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고물가·고환율에도 직면해 있다. 10월 소비자물가(CPI)는 5.7% 올라 석달만에 오름폭을 키웠고, 특히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는 4.2%까지 치솟아 2008년 12월(4.5%) 이후 13년10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은은 “내년 1분기까지 5%대 높은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연준 발표 직후인 3일 장중 10.9원 급등한 1428.3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빅스텝을 단행했던 10월 금통위에서 베이비스텝(25bp 인상) 주장 소수의견을 냈던 한 금통위원도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을 언급해 사실상 환율상승 부담감을 인정했다.

반면, 4분기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는데다, 레고랜드 디폴트 사태 이후 자본시장과 건설사 위기, 금리상승에 따른 부채위협은 한은이 선뜻 금리인상 보폭을 키우기 어려운 이유다.

박석길 JP모간체이스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요한 것은 금리인상에 따른 비용과 효과 사이의 균형”이라며 “기준금리 상단에 가까워졌다는 점에서 금통위원들간 의견도 갈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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