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1억 수입차 판매비중은 하락
4000만 원 미만 수입차 사실상 퇴출
“국산차와 차별화 가치 추구하는 것”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3월) 이후 수입차 시장에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비싼 차가 더 많이 팔리는 반면, 국산차와 경쟁할 수 있는 '중저가 수입차'는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에 따르면 10월 수입차 신규 등록(테슬라 제외)은 2만5363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8764대)보다 35.2% 증가한 것은 물론, 2만3928대나 팔렸던 9월과 비교해도 6.0% 늘어난 규모다.
일부 브랜드의 물량 확보와 신차 효과 등으로 전월 대비 판매량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수입차 시장 역시 반도체 공급난 여파를 고스란히 받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원ㆍ달러 환율까지 급등하면서 대대적인 할인이 사라지고 있다. 결국, 10월 누적 판매는 22만5573대로 작년 같은 기간(23만3432대)보다 3.4% 감소한 상태다.
수입차 시장은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가 시장 1~3위를 거머쥐고 있다. 다만 양상은 이전과 뚜렷하게 달라지고 있다.
2015년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출범한 이후 이들은 고급 수입차와 맞경쟁을 시작했다. 국내 생산 제네시스와 경쟁하는 수입차들은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졌다. 이후 시장에서 제네시스보다 비싼, 1억 원 이상의 고급차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를 견인해온 4000만~1억 원 사이 수입차는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해서 감소 중이다.
이른바 미드 사이즈 세단으로 분류되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6시리즈 △아우디 A6 등은 여전히 견조한 판매를 보인다. 이들은 2010년대 들어 꾸준히 신규 수요에 대응하며 수입차 성장세의 디딤돌이 됐다.
다만 가격대가 비슷한 제네시스가 더 많은 편의장비를 앞세워 판매를 끌어올리고 있어 경쟁이 쉽지 않은 상태다.
결국 주요 수입차는 기존 오너들이 다음 차로 바꿔탈 때 고려해볼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오너 드라이버 성향이 강한 이들은 윗급 모델인 △S-클래스와 △7시리즈 △A8 등 브랜드별 최고급 세단을 고르기보다 실용적이고 쓰임새가 많은 SUV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드 사이드 세단 고객들이 플래그십 세단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아닌, 고급 SUV로 바꿔 탈 수 있도록 다양한 모델도 등장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다양한 GL-클래스(SUV 라인업)를 선보였고, BMW도 X5와 X6, X7 등으로 라인업을 펼치면서 SUV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수입차 시장에서 1억 원 이상 고급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해서 높아졌다.
2018년 전체 수입차 판매 가운데 10.1% 수준이었던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에 15.7%로 증가했다. 뒤이어 2021년과 2022년(9월 누적기준)에는 각각 23.6%와 26.1%로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올해 팔린 수입차 4대 가운데 1대는 1억 원이 넘는다는 의미다.
고가의 수입차가 많이 팔린 배경에는 국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약진이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국산 고급차와 차별화된 가치를 추구하는 오너들이 늘어나면서 제네시스보다 비싼 수입차를 찾는 고객이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고가의 전기차들이 힘을 보태면서 1억 원 이상의 수입차들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히려 한때 수입차 시장 성장세를 뒷받침했던, 국산차와 견줄 수 있는 4000만 원 미만의 수입차는 오히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국산차의 성능과 품질, 내구성, 여기에 디자인까지 경쟁력을 키운 까닭이다.
결국 2018년 15.8%에 달했던 4000만 원 미만 수입차 비중은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3월) 이후 9.7%를 기록하며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이후 지난해 전체 수입차 판매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8.6%로 하락했고, 올해 9월까지 판매를 기준으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5.1%에 머물렀다. 올 연말까지 이 현상이 지속할 경우 5% 점유율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1억 원 이상 수입차 판매는 당분간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차가 국내 시장 점유율 18%에 머물러 있지만, 전체 수입(판매)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이에 대한 방증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수입차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새 모델이 들어올 때마다 가격을 올리는 한편, 기존 모델 역시 할인율을 축소하고 나선 상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각 브랜드에서 수익성 확대를 위해 중저가 모델 대신 고급차를 중심으로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라며 "1대를 판매해도 마진율이 높은 만큼, 수입차 시장 역시 당분간 부가가치가 높은 고가 모델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