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비롯 與 의원들 경질 가능성 열어두고 속앓이만
민주당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다음주부터 이 장관 거취론 본격화 예상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여권 내부는 쑥대밭이 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조문길에 이 장관을 대동하면서 신임을 보였단 논란도 일었다.
유승민 전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등 장외 인사들은 ‘이상민 장관 경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홍 시장은 4일 페이스북에 “수습 후 정치책임을 묻겠다는 건 국민적 공분에 불을 지르는 어리석은 판단”이라며 “사법책임은 행위책임이고 정치책임은 결과책임”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강을 건널 때 말을 바꾸지 않는다는 건 패장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야당과 국민들의 비난 대상이 된 인사들은 조속히 정리해야 국회 대책이 가능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나 이 장관의 경질을 에둘러 압박한 것이다.
유 전 의원도 31일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한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떠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농담 섞인 발언으로 논란이 된 한덕수 총리도 비판했다.
당내에선 당권 주자 안철수 의원이 이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안 의원은 112 녹취록과 경찰 내부에서 만든 ‘정책 참고자료’를 들며 “윤희근 경찰청장은 즉시 경질하고, 사고 수습 후 이상민 행안부장관은 자진해서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초선의원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는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냐”며 “개인적으로 이상민 장관이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우리 당 입장에서는 (이상민 장관 경질에 있어) 경계선이 없는 것 같다”며 “이상민은 잘라야 한다, 지켜야 한다 이런 게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은 섣불리 말하기는 좀 어렵다. 진상조사가 덜 되지 않았냐”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한 친윤계 의원은 “진상규명을 하고 나서 마지막에 결론이 나면 책임을 져야 되는지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심도 경질에 방점을 두고 있다. 4일 미디어토마토가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73.1%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와 지자체가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경찰 지휘 주무장관인 이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56.8%로 절반을 넘어섰다.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국정조사 요구를 하겠다고 한 만큼 다음 주부터 이 장관의 거취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지도부를 비롯한 나머지 국민의힘 의원들은 속앓이만 하고 있다. 한 의원은 “그분들은(안철수 의원이나 장외 인사들) 꿈이 있는 사람들이고, 책임이 없지 않냐”며 “비대위원장이나 원내대표들은 성역을 갖고 있다.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번만으로 끝날 게 아닌데...”라며 한탄했다. 당 지도부도 말을 아끼고 있다. 당 수석대변인 박정하 의원은 2일 비상대책위원 회의 후 이 장관 거취 문제에 대해 “가치 판단할 답변은 안 드리겠다. 양해해달라”고 답했다. 취재진이 한 번 더 입장을 묻자 “공개적으로 말씀드릴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모든 책임에 대해 아무도 자유롭지 않고, 그런 말씀하지 않았냐”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