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고야 작품에 접착제...전 세계 명화 잇따라 수난

입력 2022-11-0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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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모나리자’ 시작으로 세계 곳곳 명화테러 이어져
“기후변화 대응 촉구” vs. “반감 불러 역효과”

▲환경단체 '멸종반란' 활동가들이 5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박물관에 전시된 고야 작품 앞에서 이른바 '명화 테러'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드리드(스페인)/로이터연합뉴스

국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을 대상으로 '명화 테러'를 벌였다. 일각에서는 문화유산을 시위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 환경단체 '멸종반란' 소속 활동가 2명이 스페인 마드리드의 프라도 미술관에 전시된 고야의 작품 '옷 벗은 마야'와 '옷 입은 마야'에 접착제를 바른 손을 붙이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두 그림 사이에 '+1.5℃’라는 글자도 큼지막하게 써놨다. 2015년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채택한 지구 온난화 억제 목표인 1.5도를 사실상 지키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이들은 경찰에 체포됐다.

해당 시위를 주도한 멸종반란은 트위터에 "지난주 유엔은 우리가 억제 목표인 1.5℃ 밑으로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했다"면서 "우리는 지금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활동가는 액자 위에 접착제를 묻힌 손을 붙였던 것이어서 명화 자체는 훼손되지 않았다. 프라도 미술관 측은 액자에 '경미한 흠집'을 냈다고 밝혔다.

6일 이집트에서 개막하는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를 앞두고 최근 각종 환경단체의 세계 명화 테러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시작으로 독일 포츠담 바르베리니 미술관에 전시된 모네의 ‘건초더미’와 런던과 로마에 있던 반 고흐의 해바라기와 '씨뿌리는 사람', 피렌체에 있던 산드로 보티첼리의 '봄', 헤이그에 있는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이 '명화 테러'의 대상이 됐다.

▲지난달 14일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뿌린 두 시위자들. 런던(영국)AP뉴시스

이들 단체는 이러한 시위를 한 것에 대해 환경 파괴,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기후변화의 파괴적인 영향이 값을 매길 수 없는 명화가 입을 수 있는 피해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런던에서 반 고흐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뿌린 환경운동가들은 "예술이 생명보다 가치가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즉각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가 잃게 된 모든 것을 뒤돌아보고 애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위의 수단으로 문화유산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이러한 과격한 행동이 반감을 불러일으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이 직접적인 행동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분석한 결과 공격적인 방법이 최소한의 지지만을 얻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콜린 데이비스 브리스톨대학 인지심리학 교수는 "활동가의 딜레마라고 부르는 것을 만들게 된다"면서 "활동가들은 대체로 관심을 끌지 못하는 온건한 행동과 관심을 얻는 데 성공하겠지만, 목표 달성과 관련해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는 극단적인 행동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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