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제 필요…공제조합 참여 강제해야
배달 앱 사용자 수가 줄면서 대행업체의 사정도 같이 나빠지고 있다. 이에 업체들은 사용자를 붙잡기 위해 라이더 관리로 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내실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 일하는 라이더들은 홍보 목적만 있는 보여주기 식이라며 인증이 아니라 등록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대행업체 8곳이 국토교통부(국토부)의 ‘소화물 배송대행 서비스사업 인증’으로 라이더 노동 환경 개선에 나섰다. 국토부는 △라이더에 대한 안전교육 △사고 예방 조치 등 안전 확보 수준 △보험 가입률 △표준계약서 사용 여부 등을 기준으로 업체를 평가한다.
올해 7월 첫 인증 사업자가 된 ‘바로고’와 ‘우아한 청년들’을 시작으로 지난달 24일 요기요익스프레스의 배송업무를 전담하는 플라이앤컴퍼니, 부릉을 운영하는 메쉬코리아, 스파이더크래프트, 만나코퍼레이션, 슈퍼히어로, 생각대로를 운영 중인 로지올이 새로 인증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국토부 사업에 참여한 가장 큰 이유로 업체 홍보 효과를 꼽았다. 국토부의 선정 기준 중 하나를 강조해 업체를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광고할 때 국토부 인증 마크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겉으로는 라이더의 처우를 개선해 내실을 다지겠다고 말하지만, 홍보 목적이 강한 만큼 라이더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는 상황이다. 국토부가 내세운 조건은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 ‘인증’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대표는 “국토부는 보험ㆍ면허ㆍ계약서 확인, 라이더 쉼터 설치 등으로 인증을 해준다”며 “요건 자체가 너무 상식적이라 이미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을 하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항을 두고 생색내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창의 민주노총 배달플랫폼 위원장도 “모든 배달 플랫폼이 인증을 받은 게 아니지 않냐”면서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 라이더의 안전이나 처우 개선에 큰 실익이 없다”고 평가했다.
국토부와 배달업체 9개사는 올해 2월부터 라이더의 유상운송보험료 부담 완화와 이륜차 안전운전 환경 조성 등을 위해 ‘배달서비스 공제조합’을 추진해왔다. 공제조합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소화물 배송대행 서비스사업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한 라이더 노동자는 “배달업체들은 공제조합이나 국토부 인증에 별로 참여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 때문에 억지로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라이더들은 국토부가 소화물 배송대행 서비스사업 ‘인증제’가 아니라 ‘등록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한 배달업체로 ‘등록’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거나 일을 하지 못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훈 대표는 “영업용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일을 하는 것은 사회 전체적으로 위험한 일”이라며 “요건을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매기든지 그 이상을 했을 때 혜택을 주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라이더들은 소화물 배송대행 서비스사업 등록제에 더해 10개월째 공회전 중인 배달서비스 공제조합 추진이 탄력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제조합이 있으면 등록제에 더해 라이더를 보호하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높은 비용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라이더가 많지만 이들도 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창의 위원장은 “소득 수준이 낮은 라이더의 상황을 고려하면 업체가 제대로 안전망을 만들지 않았을 때 사고 피해자가 된 시민까지 제대로 된 보상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