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진 레오대출연구소 대표 본지 인터뷰
"저는 대출을 받는 게 나쁘다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집을 사거나 전·월세를 살아도 대다수는 대출이 필요하잖아요.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대출이 나쁘다'는 인식을 갖기보다는 '어떻게 현명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은진 레오대출연구소 대표는 국내 최고 대출 전문가다. 11년간 부동산 대출 1타 강사로 활동하며 많은 사람에게 '대출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실감케 했다.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초저금리 시대에 대출을 받는 것도 지금처럼 큰 부담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대에 접어들면서 대출의 문턱은 높아졌다. 대출을 받더라도 이자 부담이 커져 서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저금리로 현명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을지 정보가 필요한 시대다.
김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1년간 부동산 대출 상담을 하면서 지금처럼 이렇게 많은 사람이 경제에 관심이 가졌던 상황이 있었나 싶다"며 "심지어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누구인지 관심이 없었는데, 이젠 그 사람이 어떤 말을 하는지까지 귀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당장 먹고살기 위해 대출을 비롯해 경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해 주는 데 대해서는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금융위원회는 10일 개최한 '제3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구입목적 주담대 금지 규제를 해제했다. 다만 대상은 무주택자 및 1주택자(기존 주택 처분조건부)로 한정했으며 담보 인정 비율(LTV)은 50%까지 허용된다. 애초 내년 상반기 추진하려던 정책을 앞당겨 다음 달 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일각에서 정부의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 규제 완화 등 정책을 놓고 '부자들을 위한 정권'이냐며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데, 사실 이건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라며 "은행은 신용 좋고 재산 많은 사람에게 대출을 해주는 게 맞다. 담보 가치가 15억 원 이상인데 이걸 대출을 안 해주는 게 애초에 잘못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진짜 부자들은 15억 원 아파트를 사더라도 현금을 충분히 소유하고 있어 대출이 필요 없다"며 "애매하게 전문직이나 이런 사람들이 10억 원대 아파트에 살다가 좀 더 넓은 집, 더 주변 환경이 좋은 동네로 이사하려고 하는데 15억 원이 넘어가면 대출이 안 나와서 그동안 이사를 못 하는 등 주거이동을 불편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족'이 최근 고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이 커져 힘들어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현재 본인의 상황에 맞춰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한창 금리가 낮을 때 변동금리로 신용대출을 받아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에 투자했다면 최근 대출금리와 비교해 본인의 수익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지금 신용대출 금리가 연 7%대까지 올랐는데 본인의 수익이 그만큼이 되지 못하면 결국 손해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 그럼 금리가 높은 순으로 체크를 해서 갚아나가는 게 중요하다"면서 "반대로 연 7% 이상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면 충분히 대출을 받아서라도 유지를 하는 게 맞다"고 조언했다.
주담대를 받아 집을 산 영끌족에 대해서는 대부분 혼합형 대출을 받아서 5년간 고정금리를 유지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기지만 아직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봤다. 김 대표는 "변동형 주담대를 받았다면 대출이자가 많이 올랐겠지만, 1~2년 이내에 저금리 상황에서 혼합형 주담대를 받은 영끌족은 아직 크게 달라진 것은 없을 것"이라며 "변동금리로 바뀔 때 되면 시장 상황이 또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 집 마련'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어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당장은 아니겠지만, 조만간 시장이 정체되면 그때가 기회라고 했다. 김 대표는 "모든 자연현상이 계속 오르는 것도 없고, 계속 떨어지는 것도 없다"며 "지금 집값이 떨어지는 이유는 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데 그 끝을 모르기 때문이다. 만일 금리가 어느 정도 높은 수준에서라도 정체만 되면 그때가 집을 사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 대출 등 금리가 다소 낮은 '정책 대출'을 활용하면 금리 상승기에도 '내 집 마련'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책 대출 상품도 계속해서 적용 대상이나 한도 등이 바뀌는 만큼 경제 뉴스나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를 자주 들어가서 꾸준히 업데이트된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최근 '대출의 마법'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세대출부터 주담대까지 부동산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대출 한도를 많이 받고, 싸게 받을 수 있는지를 기술했다.
김 대표는 이 책에서 "지금껏 만나본 수많은 부자는 대출을 지렛대 삼아 사업을 일으키고 부를 쌓아왔다"며 "KB경영연구소의 '2021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부채 규모도 크다고 한다. 그들은 '시간'을 써야 할 데와 '돈'을 써야 할 데를 명확히 구분해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지름길을 개척했다"고 밝혔다.
은행에서 최대한 많은 돈을 빌려 자본금을 마련하는 시간을 아끼고, 그렇게 단축한 시간 동안 사업전략을 짜기도 하고 남들보다 빠르게 자산을 불렸다는 것이다. 부자들은 대출을 받은 만큼 많은 이자를 감당해야 했지만, 이자 이상의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사용료'를 지불한 것이라고 했다.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왜 우리는 은행에 저축만 하고, 부자들은 그 돈을 이용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했다"며 "월급쟁이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 결국 자산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동산밖에 없는데 대출받기도 참 팍팍한 세상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더욱 대출을 공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몰라서 못 하는 것과 알면서도 안 하는 것은 다르다. 많은 사람이 생각보다 대출을 어떻게 받을 줄 몰라서 고금리로 빌리거나 적은 한도로만 빌려 '내 집 마련'에 더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이 책의 독자들은 현명하게 대출을 받아 마법처럼 '내 집 마련'에 성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외할머니가 부동산에 관심이 많으셨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그런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나도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많은 분이 '빚은 나쁜 거야', '대출 많이 받으면 큰일 난다'는 모습을 보이는데, 결국 자녀들이 커서 대출을 두려워하고, 정보도 제대로 접하지 못한다"며 "이러다 보니 대학을 가거나 사회 초년생 때 자취방을 구하다가 '깡통전세' 사기도 당하고 금리가 높은 대출을 받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출은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되지만 잘만 사용하면 여러분을 부자로 만들어 줄 수 있다"며 "어릴 때부터 그런 교육이 자녀들에게 이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