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일대는 문자 그대로 ‘상전벽해’를 이뤘다. 뽕나무가 가득했던 잠실은 한국전쟁 이후 수해가 잦고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모래밭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1970년대 정부의 한강 일대 개발을 통해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이른바 ‘강남불패’의 시작을 알렸다.
옛 잠실주공 1~4단지는 정부의 잠실 개발 계획에 맞춰 잠실종합운동장과 함께 건설됐다. 이후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재건축을 거쳐 잠실 엘스(1단지)와 리센츠(2단지), 트리지움(3단지), 레이크팰리스(4단지)로 탈바꿈해 강남을 대표하는 ‘엘·리‧트’단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잠실 엘스는 잠실주공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대표 아파트로 꼽힌다. 5678가구, 72개 동 규모는 다른 단지 규모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투데이는 9일 잠실 엘스를 찾아 입지와 최근 가격 동향을 살폈다.
잠실 엘스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19번지 일대에 들어선 초대형 단지다. 지난 2008년 옛 잠실주공1단지를 재건축한 아파트로 당시 대림산업(현 DL이앤씨)과 삼성물산,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시공에 참여했다. 가구 구성은 전용면적 59㎡형 소형평형부터 119㎡형 대형평형까지 골고루 갖췄다.
단지의 가장 큰 장점은 입지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새내역 5‧6번 출구와 단지가 맞닿아있다. 단지 내부에는 잠일초와 신천중, 잠일고가 있고, 단지 상가 바로 옆에는 잠실지구대와 잠실2동 우체국, 송파 어린이도서관, 대형마트가 줄지어 들어서 있다. 또 단지 앞으로는 잠실한강공원과 연결돼 있고, 서편으로는 잠실종합운동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단지 내부 관리가 잘 돼 있고 편의시설 가깝고, 초중고교가 다 있어서 애 키우는 젊은 부부부터 은퇴자까지 모두 살기 좋은 단지”라고 설명했다.
잠실 엘스는 우수한 입지에 들어선 잠실 대장 단지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값 급락 영향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이고 있다. 잠실 엘스 전용 84㎡형은 지난해 10월 27억 원(14층)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썼다. 2020년 10월 21억 원대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일 년 만에 6억 원 치솟은 셈이다. 하지만 지난달 7일 같은 평형은 19억5000만 원(12층) 거래되면서 신고가 대비 7억5000만 원 하락했다.
매맷값이 꺾이자 전세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 전용 84㎡형은 지난 3일 10억 원(13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지난해 10월 신규 계약 기준 최고 16억 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것과 비교하면 일 년 만에 6억 원 하락한 수치다.
지난해 전세 최고가에 계약한 집주인은 만약 새 세입자를 받더라도 6억 원은 본인 부담으로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세자금대출 금리 인상과 ‘깡통전세’ 우려에 따른 월세 선호가 이어지면서 전세 보증금을 낮춰도 세입자를 구할 수 없는 역전세난이 계속되고 있다.
60대 세입자 A씨는 “2008년 입주 때부터 전용 119㎡형에 세 들어 살고 있는데 2년 전 16억 원에 계약했다”며 “다음 달 중순에 이사하려고 해 집주인이 8월부터 집을 내놨는데 지금까지 한 팀만 보고 갈 정도로 거래가 끊겼다. 집주인이 15억 원대로 보증금을 낮춘 거로 들었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절벽 현상이 계속되고, 집값 내림세도 이어지는 만큼 당분간 잠실 엘스 역전세난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대단지라 문의 손님은 많은데 대부분 매매나 전세가 아닌 반전세‧월세를 찾고 있다”며 “전세는 문의도 없고, 매매는 극히 드물어 아예 몇 집은 빈집으로 두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 당분간 매매든 전세든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