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추진에 찬성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5만 명 동의를 얻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사를 받게 됐다. 야당과 노동계는 논의 물꼬를 텄다는 반응이지만, 정부·여당과 경영계가 ‘파업 조장’ 우려를 제기하며 맞서고 있다. 다만, 여야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촉각을 곤두세운 만큼 쟁점 법안 논의는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9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1일 올라온 ‘모든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노조법 2조·3조 개정에 관한 청원’은 지난 8일 5만 명의 동의를 받고 최종 종료됐다. 국회법상 제기된 지 30일 이내에 5만 명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소관 상임위 내 청원심사소위원회 안건으로 상정, 소속 의원과 전문위원들의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노조법 2조·3조 개정안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불린다.
해당 청원은 노조법의 근로자·사용자 개념을 정의한 2조와 쟁의행위에 손배 청구를 제한하는 3조를 개정해 불법 쟁의 폭을 좁히고 과도한 손배소를 막는 취지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파업에서 0.3평 남짓한 공간에 스스로 몸을 가뒀던 유최안 대우조선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청원인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청원 취지에 대해 “현재 노조법은 노동자의 노동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며 “사용자와 정부는 작은 꼬투리를 잡아 노동자의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가고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청업체들은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주체이면서도 자신은 사용자가 아니라며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맞서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불법 파업’으로 규정되는가 하면 심지어 위험한 상황에서 작업중지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이 청구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청원을 계기로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오는 17일 ‘노란봉투법’ 공청회부터 열기로 했다. 경영계가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위헌 여지를 집중 지적한 만큼, 시장 우려를 청취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소속 환노위 한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국민의힘에서 (소위) 안건 상정조차 안 하고 극렬하게 반대한다”며 “(전해철) 위원장이 논의의 장을 만드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공청회에서 소상하게 (입법 취지를) 알리고 전문가 의견도 들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청원 소위를 소집하고 논의해야 하는데 국회 안에 시스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함께 전했다. 같은날 오후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은 ‘이태원 압사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면서 여야의 ‘강대강’ 대치 전선은 확대되고 있다. 경영계 반발도 여전하다. 지난 3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김문수 위원장과 만나 “노란봉투법 등 무리한 입법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