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C 스타트업, LP의 ‘투자 눈치 보기’에 피 말라
'스타트업 혹한기'로 불리며 투자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그럼에도 테크 기업들은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한다. 높은 수준의 기술이 있기 때문에 벤처캐피탈(VC)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플랫폼을 이용해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스타트업들은 다른 목소리를 냈다. 투자가 얼어붙어 하루하루가 힘들다는 것이다.
10일 컴업(COMEUP) 2022에 참여한 의료기기나 바이오 분야처럼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은 혹한기에도 큰 걱정이 없다며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전자약을 개발하는 업체인 뉴아인의 김평규 전략 디렉터는 “투자 혹한기라고 하지만 실력으로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다”며 “제대로 된 기술이 있으면 크게 걱정 안 해도 된다”고 말했다.
뉴아인는 지난해 시리즈C를 유치하며 누적 210억 원을 투자 받았다. IPO도 준비 중이다. 매출은 작년 기준 1억 원으로 높지 않고, 제품이 이번 주부터 판매 시작됐지만 김 디렉터는 걱정이 없다고 했다. 기술 개발도 완료됐고, 그 역시 독보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내시경을 통해 개복 없이 수술을 진행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엔도로보틱스의 김병곤 대표이사도 기술력만 있다면 혹한기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고 강조했다. 엔도로보틱스는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엔도로보틱스는 한국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수술 로봇 회사”라며 “투자자들이 찾을 수 있는 회사 자체가 몇 개 안 돼 선택받을 수밖에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경기가 어려워지며 힘든 것은 다양한 투자자 중 자신의 회사와 맞는 VC를 찾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기술을 토대로 B2B에 집중한 스타트업과 달리 일반 시민을 상대로 플랫폼을 운영하는 B2C 스타트업은 얼어붙은 투자시장이 고통스럽다고 했다.
VC가 투자를 결정하려면 유한책임조합원(LP)의 동의가 필요한데 서로 ‘눈치 보기’를 하느라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용자들을 모아 함께 글을 쓰는 스타트업의 관계자는 “pre-A 투자를 위해 30여 군데의 VC와 접촉했지만 ‘다른 LP가 투자에 동의하면 나도 하겠다’는 투자자가 늘어났다”며 “아무도 그 시작점을 먼저 끊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개발자 채용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 스타트업 역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그는 “다른 LP의 눈치를 보며 VC가 투자를 망설이는 사이 그 스타트업은 죽을 수 있다”며 “당장의 매출보다 성장성을 좀 더 봐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컴업2022에 참여한 VC 등 관계자는 스타트업 사이의 투자 양극화가 2년은 지속할 것이라고 봤다.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은 계속 투자에 성공해 발전 동력을 얻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사에 참여한 VC는 “금리도 높은데 민간업체가 지갑을 선뜻 열기 쉽지 않다”며 “정부가 스타트업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하는데 모태펀드 규모를 투자하는 등의 정책을 보면 그러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