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FTX 자체 발행 코인인 FTT에 대해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FTX는 한 때 세계 2위 가상화폐 거래소다. FTX는 의결권, 거래소 수수료 할인 등의 혜택을 가진 FTT라는 토큰을 발행했다.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는 것은 가상자산 시장의 국가 간 경계가 흐릿한 만큼, ‘코인판 뱅크런’의 여파가 국내 시장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10일 본지 취재 결과,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FTX가 발생한 토큰 FTT를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DAXA는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가 결성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다. 현재 FTT를 상장한 곳은 △코인원 △코빗 △고팍스다. 일정 기간 내에 유의 종목 사유가 소명·해결되지 않으면, 유의 종목 지정이 연장되거나 거래가 중단될 수 있다.
코인원 측은 이날 공지사항을 통해 “토큰 발행 주체인 FTX 거래소의 운영 관련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프로젝트의 영속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해당 종목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FTT는 이날 오후 1시 기준 코인마켓캡에서 가격이 일주일 전 대비 90% 이상 빠졌다. FTX가 대거 보유한 솔라나·앱토스도 시세가 급락했고,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도 줄줄이 하락했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는 FTX에 뱅크런이 발생, 파장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 이미 크립토 겨울을 보내며 투자자 신뢰 회복에 힘쓰던 국내 가상자산 업계 입장에서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FTT를 상장한 한 거래소 관계자는 FTX 인수 철회 건과 관련해 묻자 “FTT를 상장해 답변하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NYT는 이번 사태를 두고 ‘코인판 리먼브라더스 사태’에 비견된다고 분석했다. 과거 ‘마운트곡스’ 사태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운트곡스는 한때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 70% 이상을 차지하던 거래소다. 2014년 해킹으로 85만 개의 비트코인을 도난당한 여파로 파산했다.
이미선 빗썸 리서치센터장은 “FTX의 대차대조표 및 예치 받은 자산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인수 추진이 불발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로 인해 크립토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 크게 저하된다”고 말했다.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가 크립토 시장이 성장하는 데 엄청난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 “국내 거래소 역시 비트코인 가격 하락 등 시장 침체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금리인상·중간 선거·우크라이나 전쟁 및 에너지 위기 등 전체 전통 금융 시장에는 너무 다른 요인이 많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유리 기자 inglass@ 이시온 기자 zion0304@ 윤희성 기자 yoonhee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