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곳에서 두 은행 업무 처리할 수 있어 편리…"없는 것보다는 나아"
"공동점포 증가는 당연한 흐름…기본 금융 서비스 접근성 높여야"
“만 원짜리만 나오나? 오만 원 짜리도 나와?”
11일 오전 11시 50분경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의 우리ㆍ하나은행 공동점포 신봉점을 찾은 김 모 씨(77)가 하나은행 직원에게 물었다. “오만 원짜리도 나와요. 선택하실 수 있어요” 김 씨에게 설명한 창구 직원은 다른 직원에게 “여기 고객님 좀 도와드리세요”라고 말했다.
김 씨와 함께 창구 뒤편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찾은 직원은 출금 업무를 도왔다. “비밀번호 입력해주세요. 네 자리예요” 비밀번호를 한 번 틀린 김 씨는 직원이 ATM기에서 건네준 명세표를 들고 점포를 나섰다.
성복동 주민인 김 씨는 집 근처 하나은행 지점이 없어지고 신봉동에 공동점포가 새로 생긴 후 오늘 처음 신봉점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우리 같이 나이 든 사람들은 기계도 잘 모르는데 통장을 휴대폰으로 확인하는 건 더 할 줄 모른다”며 “한 번에 100만 원밖에 못 찾는대서 불편하지만 없는 것보다 낫지”라고 말했다.
앞서 4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공동점포를 열었다. 은행권 첫 공동점포였다. 다만 일반 영업점과는 업무 범위에 차이가 있다. 현금 100만 원 이하의 소액 입출금 업무, 각종 제신고 업무 등만 가능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개점 후 6개월이 지난 지금 (신봉동 공동점포를 찾는) 고객은 대부분 고령층이라고 보면 된다”며 “연령대가 높은 분들이라 입출금이나 공과금 수납 이외의 업무를 하려고 오시는 경우는 많이 없다”고 했다.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은 9월 말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7%에 달한다. 수지구 11개 동 중에서 4번째로 고령인구가 많은 동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가입이나 대출 신청이 안 되기 때문에 은행 간 불필요한 고객 유치 경쟁 가능성이 사전에 배제됐다”며 “점포를 찾아다닐 필요 없이 한 번에 두 은행의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적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했다.
이처럼 경쟁사 은행들이 같은 공간에서 영업하는 ‘공동점포’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최근 은행의 점포 폐쇄가 이어지면서 고객이 불편을 겪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 은행권이 내놓은 대안 중 하나다.
11일 기준 은행 공동점포는 총 4곳이다. 우리ㆍ하나 1곳, KB국민ㆍ신한 2곳, KB국민ㆍBNK부산 1곳이다.
가장 최근에 문을 연 공동점포는 부산광역시 북구 금곡동에 있는 KB국민ㆍBNK부산은행 공동점포다. 9월 개점한 공동점포는 양 은행에서 4명씩 직원을 배치해 개인대출, 예ㆍ적금 신규 가입을 포함한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창구, 금고 등 개별 영업에 필요한 공간은 별도로 운영하고 객장, 자동화 코너, 주차장 등 고객의 이용 공간은 공유하는 식이다.
KB국민과 BNK부산은행이 함께 내점 고객 중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의 비율이 높은 지역을 사전 조사해 금곡동을 공동점포 개점 지역으로 꼽았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들의 편의성을 위해 오프라인 채널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내점 고객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지방은행이 있는 지역 특성상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동시에 이용하는 고객의 비율이 높은데, 공동점포에서는 은행 두 곳의 업무를 함께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이유라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앞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경기도 양주, 경상북도 영주 지역에 공동점포를 열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두 지역에 원래 있었던 국민과 신한은행 영업점에서 계속 적자가 났지만, 최대한 점포를 살리기 위해 (공동점포를) 열었다”며 “KB국민과 신한이 한 공간에 같이 있어서 편하다는 평이 고객들 사이에서 많이 나온다”고 했다.
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아직 구체적인 추가 공동점포 신설 계획이 나와 있지는 않은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반기마다 세우는 인력 수급 계획, 점포 운영 계획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BNK부산은행 관계자는 “적합한 장소와 조건이 생기면 추가 개점 계획은 있지만 현재 예정된 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앞으로 공동점포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신용대출을 받는 고객이 90%에 달하는 은행도 있는 상황에서 점포 축소는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며 “이 같은 흐름 속에서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려면 공동점포는 추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도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방안으로 공동점포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권용석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임차료 절감 등 저비용으로 금융 접근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공동점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동점포에서 기본적인 금융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고령층, 장애인 등 취약 계층에 디지털 금융 교육을 제공하고, 대출 상품과 관련해서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